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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허당 총리` 필요한가 /고기화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희한한 자리

분권형 총리 제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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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하고 답답하다. 대한민국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의 심정이 대개 이럴 듯하다. 40대의 '젊은 서민형 총리'로 깜짝 등장한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태호 후보자가 계속된 말 바꾸기로 인한 신뢰 상실로 낙마한 뒤, 청와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가 60대 호남 출신의 김황식 후보자이다. 대법관을 지낸 데다 감사원장까지 했으니 청렴성만큼은 최고려니 믿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오십보백보'라는 생각이 든다. 청문회를 통해 꼬리를 문 의혹의 상당 부분은 해명됐지만, 병역 면제와 증여세 탈루 의혹, 수입보다 많은 지출과 일부 부적절한 처신 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에 흔히 나타나는 군 면제는 '빽 없고 힘없는' 대다수 국민의 가슴에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곤 하지만, 모든 것을 덮고 가기엔 썩 개운치 않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김황식 후보자는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수립 후 첫 전남 출생 국무총리라는 점과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의 호의적 태도, 김 후보자가 현재로서는 차기 대권 주자가 될 리 만무한 데다 연거푸 두 차례나 총리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법관-감사원장-총리로 이어지는 김 후보자의 관운만큼이나 때맞춰 들려온 '김정은 2인자 등극'이란 북한발 '빅 뉴스'도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했다. 청와대에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게고, 김 후보자로선 감사원장 청문회 때 자신이 다짐했던 '마지막 봉사'를 연장할 기회라고 여겼음 직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총리후보자의 자질이나 신상에 대해 그토록 열을 올릴 이유가 있을까 싶다. 무결하다면 좋겠지만, 총리의 역할이나 기능으로 볼 때 다소의 흠결이 무슨 대수겠는가. 국민의 정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란 국무총리 자리가 허울만 좋지, 그리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현 대통령중심제 하에서의 총리는 실권 없는 2인자, '허당 총리'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총리의 최고 임무는 대통령 바람막이 역할"이란 비아냥마저 나올까. 이명박 정부의 초대총리인 한승수 씨는 장관이 해도 될 '자원외교'에 전념하겠다며 대통령 뒤에 꼭꼭 숨어 있었고, 이어 정치적 위기에 빠진 MB 정부의 구원투수로 나선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라는 특정 국정 사안에 함몰돼 경제학자 출신이면서도 경제 현안에 대해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정부뿐만 아니다. 역대 40명의 총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대독총리, 의전총리, 방탄총리 등 하는 일이 불분명한 허수아비 역할에 그쳤다. 헌법이 보장한 행정부처 통할권, 장관 임명제청권, 장관 해임건의권 등 총리 권한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인사권도 예산권도 없는 껍데기 총리가 무슨 수로 각 장관을 통할할 수 있겠는가. 전임 정운찬 총리의 공식 사퇴 이후 2개월이 넘도록 총리 공석 사태가 벌어져도 국정운영에 별 이상이 없는 그런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니 있으나 마나 한 총리 자리를 없애자는 '총리 무용론'이 안 나올 수 있겠는가.

그동안 실세총리가 영 없진 않았다. YS(김영삼) 시절의 이회창,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JP는 실세총리에 속했다. 특히 참여정부 때의 이해찬 총리는 대통령 대신 새해 지방순시를 할 만큼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 권력분립 모델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정치적 상황이 변하고, 총리가 바뀌면 없었던 일이 돼버린다. 모든 대통령이 권력의 집중을 원하기 때문이다. 대개 무색무취한 인물을 총리로 선택하는 이유이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이 희한한 국무총리 제도는 분명히 모순이다. 개헌을 통해 국무총리 제도를 폐지하든지, '분권형 총리'를 제도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당장은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총리가 대통령의 꼭두각시나 '아바타'가 아닌, 정부의 가온 머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대통령의 의지로도 가능하다. '허당 총리'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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