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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동보서적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중성 /김찬석

폐업의 아쉬움 이야기하지만, 되살리기 위한 실질적 대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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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면 동보서적을 찾았다. 동보서적의 마지막 영업일이었다. 서점은 다소 한산했다. 폐업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들르는 바람에 북적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폐업 안내문도 없었고, 책을 보는 손님들도, 오고 가는 직원들도 너무나 평온한 표정이어서 내일부터 이곳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책 몇 권을 사서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동보서적 홈페이지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폐업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고객님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는 제목의 폐업 안내문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전전날 방문했을 때만 해도 초기화면에서 '책을 읽는 것은 세상을 읽는 것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볼 수 있었고, 도서검색도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옛 미화당, 옛 태화쇼핑처럼 옛 동보서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동보서적은 대선주조와 함께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된 부산의 향토기업이다. 그런데 지역사회의 관심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대선주조 매각과 관련해서는 지역상공계가 인수 작업에 참여하고 있고, 이례적으로 부산시까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부산지역 175개 시민단체로 구성됐다는 '대선주조 향토기업 되살리기 시민행동'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서 롯데가 대선주조 인수전에 뛰어들면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시는 '향토기업의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는 부산지역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동보서적은 지난달 25일 본지의 첫 보도 이후 각 언론의 후속보도가 잇따랐지만 지역사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민노당 부산시당이 27일 '안타까운 동보서적의 폐업 소식'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논평은 폐업의 아쉬움만 나열하고 있다. 부산시나 정부, 정치권에 대해 향토서점을 살리기 위한 전향적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 없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도 28일 조속한 시일 내에 '동보서적 살리기 시민연대'를 구성, 부산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선언적 수준이다.

동보서적이 부산의 대표적 문화공간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문화계나 문화단체의 반응도 없다. 서면이 문화거리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동보서적과 영광도서가 두 개의 축이 되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영향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보서적이나 영광도서의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활동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은 서울 대형서점의 부산점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행사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안다.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런 소중한 향토기업이 사라지는 데 우리 지역사회는 너무 무관심하다. 문제는 시민들의 자세에서부터 있다. 동보서적 폐업과 관련해 인터넷에 올라있는 부산지역 네티즌들의 반응 중에 "동보서적이 폐업을 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서점에 가면 그렇게 사람들이 많던데 그럼 모두 나처럼 책만 보고 책 구입은 온라인서점에서 했다는 말인가"라며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부산경실련이 동보서적 사태와 관련해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부산시는 외부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세제혜택 제공 등 사활을 걸다시피 한다. 그런데도 실적은 보잘것없다. 또 대선주조와 같은 향토기업의 경우 역외이전 움직임을 보이자 파격적인 특혜성 지원으로 기장 기룡산단에 붙잡아뒀다. 그런데 동보서적 같은 향토기업이 이전이 아니라 폐업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아무런 말이 없다. 부산의 국립대나 공공도서관 공공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서적의 일정 부분을 지역서점에서 의무 구입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 등 의지만 있다면 방안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다.

부산시는 올해 불꽃축제를 사흘간 실시한다. 예산도 지난해보다 배가량 늘려 22억 원이다. 불꽃축제도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불꽃 쏘아 올리는 열정과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지역서점을 위해 할애한다면 제2의 동보서적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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