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보이지 않는' 불꽃놀이 /박창희

앞 안 보이는 주인, 그의 충직한 안내견…13만 발 불꽃쇼에서 무엇을 봤을까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람이는 안내견(Guide Dog)이다. 아람이가 모시는 주인은 시각장애 1급인 옥모(50) 씨. 옥 씨는 빛만 겨우 감지하는 전맹으로, 아람이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 아람이가 곧 그의 눈이다.

옥 씨는 아람이를 데리고 지난 22일 저녁 부산 황령산에서 열린 '달빛걷기' 행사에 참가했다. 갈맷길축제 폐막행사였는데, 마침맞게 광안리에서 세계불꽃축제가 펼쳐진 날이었다. 산행하며 달빛을 즐기고 불꽃놀이까지 보게 되니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함께한 200여 명의 시민들은 출발 전부터 적이 흥분된 모습이었다.

어둠살을 밟고 황령산 바람고개를 지날 무렵 중천에 보란 듯 달이 떠올랐다. 둥두렷 예쁜 달이었다. 어디선가 개가 컹컹 짖었고, 도시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야경과 달빛이 시나브로 어우러지고 있었다.

바람고개를 지나자 편백 숲길이 나왔다. 숲 속은 캄캄했다. 주최 측에서 모든 랜턴과 불빛을 끄고 잠시 명상에 잠겨보자고 제안했다. 모든 불이 꺼졌다. 그윽한 숲 그늘 속에 들숨 날숨들이 포개졌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들이 튀어나와 몸을 만지는 것 같았다. 숲 그늘을 파고든 달빛이 살갗을 콕콕 찔렀다. 아람이도 따라 명상에 젖었다.

숲길을 빠져나오자 달이 한층 도드라졌다. 달빛은 만물과 만인에게 공평하게 뿌려졌다. 달빛 덕에 울퉁불퉁한 돌길이 덜 힘들었으나, 함께 걸은 장애우 몇은 몹시 힘든 모양이었다. 그린워킹 단골 참가자인 '뇌병변 2급' 원모(52) 씨의 목덜미에 땀이 흥건했다. 스틱이 자주 미끄러졌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가파른 산길을 20여 분 더 걸어서 황령산 봉수대에 닿은 행렬은 저녁식사를 하고 불꽃축제를 기다렸다. 아람이와 옥 씨도 봉수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펑펑~ 이윽고 불꽃이 솟아올랐다. 옥 씨는 무덤덤했으나 아람이의 눈빛은 조금 일렁거렸다.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다.

-밤에 산길이 힘들지 않으세요?

"우린 낮이나 밤이나 같죠. 밤이 더 좋은 걸요."

-지금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는데….

"아람이가 대신 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되는거죠."

옥 씨는 아람이의 등을 쉼 없이 두드려주었다. 아람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감의 표현 같았다. 무슨 감각적 전이가 있는지, 아람이도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산행이 계속됐고 걷기 행렬은 금련산으로 방향을 잡아 숲 속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불꽃놀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는 한층 더 맹렬하게 귓전을 파고들었다. 펑~ 퍼버버버펑! 따발총을 쏘는 듯한 연발의 폭죽음. 보이지 않는 소리는 걷는 이들에게 소음을 넘어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일부 시민은 폭죽 소리가 짜증스러운 듯 귀를 막았다.

터지고 또 터지는 폭죽, 이날만 5만 발의 폭죽이 쏟아졌다고 한다. 무엇을 위한 불꽃인가, 하고 묻는 건 우문이겠다. 물경 252만 명 -어떻게 집계했는지 모르지만 -이 봤다는 축제를 문제 삼는 건 불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불꽃축제가 보지 못한 부분도 봤어야 한다는 얘기다. 22억 원을 쏟아부어 연일 13만 발의 폭죽을 쏘아 작렬감의 극치를 만끽하는 순간에도 눈을 감은 사람, 귀를 막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관광상품을 겨냥했다 하더라도, 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긴다. 한쪽만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축제 파시즘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까지 생각하는 축제일 때, 그 불꽃이 진정 아름다운 법이다.
세계불꽃축제가 현란한 불꽃쇼를 연출하는 사이, 광안리에선 바가지 상혼이 판치고 화약의 잔해가 매캐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한다면서 저렇게 마구 화약을 퍼부어도 되는 것인가. 폭약의 잔해를 고스란히 받아안은 광안리 바다의 물고기들은 괜찮은지 모르겠다.

금련산 숲길을 벗어나자 황령산 진입로는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난장판을 방불케 했다. 아람이는 난장판 사이로 조심조심 길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주인을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초유의 교사 17명 성폭력 의혹 수사…경찰도 학교도 ‘멘붕’
  2. 2근교산&그너머 <1117> 일본 미야기올레 오쿠마쓰시마 코스
  3. 3연말 문 연다던 수영경찰서 첫삽도 못 떠
  4. 4 ‘버닝썬 게이트’ 후폭풍…기획사들 소속 연예인 단속령
  5. 5서병수,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에 쓴소리
  6. 6라돈검출 자재 전면 교체 약속해놓고 미적미적
  7. 7패스트트랙 열쇠 쥔 바른미래당 내홍 격화…분당설 고조
  8. 8[조황] 목포 도다리 낚시 호황에 꾼들 싱글벙글
  9. 9일본 고찰 노송숲 절경…해산물 넘쳐나 ‘에도의 부엌’ 불려
  10. 10화재 때 완강기 사용법 배워요
  1. 1홍문종 “박근혜 탄핵될 이유 없었다… 자유한국당이 관심 가져야”
  2. 2기장군 조기 총선 분위기 후끈…군수 사퇴설·자전거 투어·정책 콘서트
  3. 3민방위훈련, 오늘(20일) 오후 2시부터 전국 화재 대피 훈련
  4. 4말레이서 인니어로 인사한 문 대통령 외교 결례 논란에 靑 "청와대 내에는 전문가가 없어서..."
  5. 5하단1동,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특강」개최
  6. 6김해시의원, 도심 주차난 해소 대책 제시
  7. 7서병수,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에 쓴소리
  8. 8패스트트랙 열쇠 쥔 바른미래당 내홍 격화…분당설 고조
  9. 9헌법재판관 후보에 문형배·이미선…부산 법조계 ‘겹경사’
  10. 102035년까지 화물차 → 수소차 교체
  1. 1옛 보림극장 자리에 아파트 건립
  2. 2전국 스타트업 모여 ‘부산 미래 먹거리’ 찾는다
  3. 3롯데면세점, 부산 청년 관광기업 육성 5억 기부
  4. 4결혼 점점 안 하는 부산
  5. 5김치 담그는 마트, 안경 만드는 백화점…PB시장의 진화
  6. 6홈플러스서 영국 신상품 와인 5종 1만~3만 원대
  7. 7‘여름면’ 전쟁 벌써 뜨겁다
  8. 8금융·증시 동향
  9. 9주가지수- 2019년 3월 20일
  10. 10맹견에 물려 사망땐 주인 최고 징역 3년
  1. 1왕종명, 실명 요구 논란에.. 이상호 기자 “자신이 취재해서 밝힐 일” 비판
  2. 2지팡이 짚고 시위, 나이 87세 백기완 누구? 원래 꿈은 축구선수, 1987·1992 대선 출마
  3. 3기각 뜻과 기준은? … 이문호 구속영장 기각 “수사 태도·피의 사실 다툼 여지”
  4. 420일 전국날씨… 미세먼지 ‘나쁨’ 오후 들어 전국에 비소식
  5. 5버닝썬 애나 “손님들이 마약 가져와 했다”…정밀검사 결과는 엑스터시·케타민
  6. 6황혼이혼 급증, 20년 이상 살고 이혼하는 비율 33.4% 가장 높아
  7. 7영남·충청 모텔 투숙객 1600여 명 '몰카' 찍혔다…인터넷에 생중계
  8. 8'손혜원 부친 유공자 선정 의혹' 국가보훈처 압수수색
  9. 9“포항지진, 자연발생 아닌 지열발전에 의한 것” 해외조사위원회 발표
  10. 10차 사고로 다친 동승자 놔둔 채 사라진 20대, 음주운전 의심
  1. 1임은수 종아리 미국 머라이어 벨에게 가격 당했나
  2. 2손흥민 17억대 라페라리소유, 네티즌 반응 엇갈려
  3. 3전준우 결승타...롯데 시범경기 최종전 4-3 승
  4. 4다저스 개막전 선발은 힐과 류현진 '2파전' 양상
  5. 5아이파크, 헝가리 공격수 노보트니 영입
  6. 6롯데자이언츠 26일부터 '배지데이' 이벤트
  7. 7프로야구 3강 구도…롯데 통쾌한 반란 꿈꾼다
  8. 8대타 전준우 결승타, 사자 추격 뿌리치다
  9. 9다저스 개막전 선발, 힐·류현진 ‘2파전’ 양상
  10. 10아이파크, 헝가리 공격수 노보트니 영입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미래 /김종석
부산, 글로벌 금융도시 향한 담대한 도전 /유재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돌아오지 않는 유커 /민경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배지열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반려동물’ 수난 시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말모이와 국악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르노삼성 사태에 뒷짐 진 정부 /이석주
‘시민명령 1호’의 민낯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인구 교체
닥터 헬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 가와시마두부점의 소쿠리두부
베트남 향수 달랜 ‘느억맘 김치찌개’
사설 [전체보기]
지열발전 연관 드러난 포항 지진, 후속조치 만전을
석연찮은 오페라하우스 기부채납 바로잡아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황제의 이중 초상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이홍 칼럼 [전체보기]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네 탓 싸움에 더 숨막히는 미세먼지
삐걱거리는 부울경 상생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연둣빛 봄날에
봄이 오는 길목에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스파클링와인, 우연히 만들어진 명품
최고의 와인은 내 곁에 있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유콘서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