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말썽꾼 루니가 돌팔매를 면한 이유 /제정임

몸값 절반은 세금… 영국, 고소득층에 세율 인상하는데 MB정부는 '부자 감세' 고수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1 20:44:06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들이 일자리를 위협받으며 어느 때보다 허리띠를 더 조여야 하는 이때, 부끄러움을 모르는 축구선수 웨인 루니는 5000만 파운드(약 900억 원)짜리 보수 계약을 따냈다."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이 지난달 23일자 1면 머리로 올린 '탐욕의 승리(A victory for greed)'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이다. 영국 정부가 재정위기 타개책으로 공무원 대량 감원 등 긴축계획을 내놓은 와중에 루니가 5년간 매주 20만 파운드(약 3억6000만 원)씩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받게 된 것을 비난했다. 아내 몰래 외도하다 발각되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비난공방을 벌이는 등 스캔들 범벅인 '말썽꾼'에게 이런 '돈벼락'은 더욱 가당찮다는 논조였다. 독자들도 1000여 명이나 온라인으로 몰려와 분노의 댓글을 남겼다. "축구선수들은 탐욕스러운 은행가와 동급이다" "쪼들리면서도 루니의 방탕에 뒷돈을 대주는 축구팬들, 제발 정신 차려라." 그런데 짧은 댓글 하나가 '폭발 직전의 증기'를 살살 빼내고 있었다. "그래도 그중 50%는 세금으로 나간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영국은 올해부터 연봉 15만 파운드(약 2억7000만 원) 이상 최고소득계층의 소득세율을 종전 40%에서 50%로 올렸다. 경제위기로 재정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으니 능력 있는 계층으로부터 더 걷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루니가 받는 연봉의 절반은 국고로 들어가 저소득층의 복지재원 등으로 쓰일 것이다. 축구선수의 한 주 수입이 대다수 월급쟁이의 연봉보다 많은 '미친' 소득구조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재분배 기능이 작동하기에 영국인들은 흥분을 가라앉혔는지도 모른다. 루니의 엄청난 소득은 재능과 노력의 결과이긴 하지만 영국이 아닌 아프리카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거라는 점,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을수록 많이 갚아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이 며칠 전 '부자 감세 철회'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정두언 최고위원 등 일부 의원들이 2012년으로 예정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안을 철회하자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3%로, 법인세 높은 세율을 22%에서 20%로 낮추는 계획을 강행할 경우 '부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공격을 당해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미국 등은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올리는데 우리는 더 깎아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는 야당에 동조한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와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이 얘기는 '없었던 일'이 돼간다고 한다. 청와대의 감세론자들은 부유층과 대기업의 세부담을 줄이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 저소득층도 혜택을 입는다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내세워 'MB노믹스'의 핵심인 '감세'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종합부동산세를 유명무실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이후 5년간 90조 원이 넘는 세수를 감소시켰다. 그런데 나라 빚이 눈덩이처럼 늘고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할 재원 마련이 막막한 상황에서 또 추가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다. 문제는 감세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그동안의 대대적 감세가 이렇다 할 투자 증가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서 강조한 것처럼 감세로 인한 낙수효과는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실제로 입증된 적이 없다는 게 여러 실증분석의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는 "감세정책은 IMF가 권고할 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실증된 사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하준, 폴 크루그먼, 진 스펄링 등의 저서를 보면 실증결과가 반대로 나왔다는 것을, IMF가 아시아위기·서브프라임위기와 관련해 낸 반성문을 보면 그들의 정책 권고 중 엉터리가 많았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데 답답한 일이다.

신자유주의의 발상지인 영국과 미국이 '이 길이 아닌가벼~'하고 방향을 틀었는데도 우리 정부는 '부자 감세'의 교리를 붙들고 있고 그중 가장 목청 센 이가 1997년 국가부도 위기 당시 주무부처 차관이었다는 사실이 참 불길하고 착잡하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부자 증세'를 해야 탄탄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212> 경북 의성 금성산~비봉산
  2. 2“상처 숨긴 채 살아온 미연…내면 닮아 감추고 싶었죠”
  3. 3“지도교수제·선배 멘토링, 로스쿨 승승장구 비결”
  4. 4가요계 걸크러쉬 현아, 신곡 ‘아임 낫 쿨’ 컴백
  5. 5“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6. 6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7. 7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8. 8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9. 9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10. 10“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1. 1“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2. 2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3. 3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4. 4“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5. 5청년선대본부 출범·신공항 논평…야당 보선 주자들 6色 홍보전
  6. 6김종인 수습에도…주호영 또 신공항 딴지
  7. 7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8. 8박인영"국민의힘은 TK만 생각하나…부산시민 분노 알면 깜짝 놀랄 것"
  9. 9여당 3파전, 야당 6명 압축…‘보선 라인업’ 나왔다
  10. 10국민의힘 지지율 출렁에 깜짝…김종인·주호영 가덕도 찾을까
  1. 1[브리핑] 씨앤투스성진 코스닥 상장
  2. 2[브리핑] 에어부산 대마도 무착륙 비행
  3. 3[브리핑] 한은 동전교환 온라인예약제로
  4. 4주가지수- 2021년 1월 27일
  5. 5대리점 대신 온라인서 산다…‘자급제폰’ 인기
  6. 6[경제 포커스] 부산 대표 기업들 휘청대는데…바라만 보는 市
  7. 7탈부산 인구 97% 수도권行…최다 이유는 ‘일자리’
  8. 8부산 남구, 작년 4분기 땅값 상승률 전국 2위
  9. 9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하> 동원개발③
  10. 10‘간편한 한끼’ 밀키트 작년보다 3배 잘 나가
  1. 1위기가정 긴급 지원 <1> 뇌질환 투병 김소망 씨
  2. 2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8일
  3. 3위기의 대우조선, 올 77억弗 수주 목표
  4. 4양산 물금 황산로 1→ 2차로 확장 추진
  5. 5울산에 철새 여행버스 다닌다
  6. 6진주시 공모사업 대거 선정…작년 국·도비 391억 확보
  7. 7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8. 8초등 저학년·유아부터 3월 신학기 등교수업 확대
  9. 9가덕신공항 기술검토 용역 진행…6월까지 활주로 등 최적안 도출
  10. 10“월세 안 받을게요” 양산 착한 건물주 화제
  1. 1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1> 부산시체육회 장인화 회장
  2. 2류현진 든든한 내야 우군 얻었다
  3. 3kt 2연패…공동 5위로 밀려
  4. 4롯데 루키 나승엽 1군 스프링캠프 포함 눈길
  5. 5김시우 PGA 시즌 2연승 도전
  6. 6프로야구 ‘유통더비’ 눈앞…롯데 지갑 열까
  7. 7손흥민 시즌 ‘10-10 클럽’(10골·10도움 이상) 가입
  8. 8새 부산농구협회장, 전철우 대표 당선
  9. 9프로축구 아이파크, 미니프런트 7기 모집
  10. 10‘첼시의 전설’ 램퍼드 감독 불명예 퇴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시대 부산교육의 진화 /김석준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 응급외상시스템을 /이상현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페리의 비핵화 당부
사다리 받쳐주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목포 ‘중깐’의 딜레마
불로초 감귤
사설 [전체보기]
시 푸드트럭 ‘나 몰라라’…청년 창업정책 의지 있는 건가
동남권 메가시티 일정 가시화, 구체적 결실 기대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영남권 메가시티로 가는 길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