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사투리의 미학 <42> 경상도 사람 숫자 세는 법

노력 절감 위해 ( 다섯→다, 여섯→여) 한 음절 발음 경향

아홉→'아옵'·설흔→'설언' 등 'ㅎ' 발음 탈락·약화

하나·두나·쉰나에 '-나' ·' -이'붙여 형태적 동일성

한둘·서너· 너댓 어림수 사용 조건적 언어 책략도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5-08-10 20:54:55
  •  |   본지 3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여행을 하다보면 나라마다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방식은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큰 액수의 돈을 먼저 건넨 뒤 그 다음 작은 액수의 돈을 건네지만 서양 사람들은 작은 액수의 돈을 먼저 건넨 뒤 그 다음에 큰 액수의 잔돈을 건넨다. 즉, 만원을 주고 2500원어치의 물건을 샀을 때, 서양 사람은 500원을 먼저 건네주고 그 다음 7000원을 건네준다. 그것도 거스름돈을 한꺼번에 계산하지 않고 물건 값에 돈을 일일이 더하면서 셈을 하는 방식을 택한다. 만일 7달러짜리 물건을 사고 10달러를 주면 주인이 8, 9, 10 순서로 1달러씩 읊조리면서 3달러를 준다. 암산이 강한 우리 나라 사람이 보기엔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지만 정확한 셈을 위한 필요한 수단이다.

또 손을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도 나라마다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은 손가락으로 수를 셀 때, 손을 편 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굽혀가며 세지만, 서양 사람은 주먹을 쥔 후 손가락을 밖으로 하나씩 펴 가며 센다. 손가락을 밖으로 펴는 방법에도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유럽과 남미의 칠레 사람들은 엄지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새끼손가락까지 차례로 펼쳐 나가지만,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사람들은 새끼손가락을 먼저 펴고 마지막에 엄지를 편다.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들은 검지부터 펴기 시작해서 새끼손가락까지 넷을 센 후 다시 엄지를 펴서 다섯을 센다. 중국은 우리와 같은 동양문화에 속하지만 수를 세는 단위가 다른 나라들보다 발달해 있다. 보통의 경우 한 손을 조합해서 나타낼 수 있는 수가 다섯밖에 없지만 중국 사람들은 한 손에 아홉까지 만들 수 있다. 즉, 우리 나라 사람은 여섯을 만들 때, 한쪽 손의 손가락을 모두 펴고 다른 쪽 손의 손가락 한 개를 펴지만, 중국 사람들은 한 손만 이용해 주먹 쥐고 엄지와 새끼손가락만을 펼친다. 일곱은 엄지와 검지를 붙여서 만들고, 여덟은 엄지와 검지만을 펼쳐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도록 해서 만들며, 아홉은 검지를 펼쳐 끝을 약간 구부려 만든다. 중국 사람도 열은 두 손을 이용해서 오른손의 검지와 왼손의 검지를 서로 겹쳐 열십(十)자로 만든다.

이러한 여러 방법은 새끼 손가락을 굽히고 펴는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에겐 어려운 방식으로 불편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의 다름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의 차이로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즉, 거스름돈을 지불하는 방법과 손으로 숫자를 세는 방법은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나가는 방법과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나가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앞의 것은 완전한 것을 대상으로 해서 자꾸 작아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방법으로 내향적 문화, 소극적 문화의 산물이고, 뒤의 것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모아가는 방식으로 외향적 문화, 적극적 문화의 산물이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 전반에도 잘 나타나는 일반적인 인식의 차이일 뿐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말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의 완결된 구조를 미리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낱말을 집어 넣는 방식이라면, 영어는 주어 뒤에 서술어만 놓고 다시 덧보탤 성분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말은 꾸미는 말이 앞 쪽에 놓이지만, 영어는 꾸미는 말을 뒤에 덧보태서 무한히 길어질 수 있다. 주소의 표기, 날짜의 표기 등에서도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말 고유어로 셀 수 있는 가장 큰 숫자는 아흔 아홉이다. 예전에는 백(百)을 뜻하는 '온'과 천(千)을 뜻하는 '즈믄', 만(萬)을 뜻하는 '골', 억(億)을 뜻하는 '잘', 조(兆)를 뜻하는 '올'도 있다고 하지만 '온, 즈믄'은 이미 사라진 말이며, '골, 잘, 올'은 최현배님이 밝힌 것으로 구체적으로 확인이 안 된 것도 있다. 한 자릿수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이고 두 자릿수는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이다. 그런데 영어에는 둘(two)과 스물(twenty)은 의미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은 의미적으로 동일한 어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 둘과 스물, 넷과 마흔, 다섯과 쉰 사이의 형태적 유연성이 없다. 셈말의 경우 모든 사람이 쉽게 인지하고, 기억하기 편리하도록 형태적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경상도말은 기본적인 수를 세는 방법에도 다른 지역보다도 형태적 유연성이 많다.

먼저 '하나, 두나(둘), 시나(셋), 니나(넷), 다앗나(다섯), 여엇나(여섯), 일곱나(일곱), 여덜나(여덟), 아곱·아옵나(아홉), 열나(열), 시물나(스물), 서런나(서른), 마안나(마흔), 쉰나(쉰), 여신나(예순), 이런나(일흔), 여던나(여든), 아언나(아흔)'와 같이 '하나'의 어형의 '-나'가 '두, 시, 니, 다앗, 여엇, 일곱, 여덜, 아옵, 열, 시물, 서런, 마안, 쉰, 여신, 이런, 여던, 아언'에 동일하게 붙어 있어 형태적으로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여기서 '나'는 '-낱'에서 나온 말로 추정된다.

이러한 형태적 유연성은 '하니, 두리, 서이, 너이, 다아, 여어, 일고비, 여더리, 아고비, 열이' 등에서 나타난다. 이는 '하, 두, 시, 니, 다앗, 여엇, 일곱, 여덜, 아옵, 열'에 '-이'를 붙여 세는 방법인데, 다섯이나 여섯에는 '다이, 여이' 혹은 '다앗이, 여엇이' 등으로 나타나지 않고 '다아, 여어'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이하다. 또 이러한 방법은 열까지만 세는 것에만 나타나고, '스무리, 서른이, 마흐니' 등과 같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또 숫자 세기는 입을 통해 나타나므로 노력절감을 위해 '다섯'을 '다' '여섯'을 '여'라고 하여 '한, 둘, 세, 네'와 같이 한 음절로 발음하는 경향도 나타나며, 발음이 약한 'ㅎ'은 탈락되기도 한다. 즉, '다서, 다아, 다(다섯), 여서, 여어, 여(여섯)' 등에서는 'ㅅ'이 약화되거나 탈락되어 나타나지 않고, '아옵(아홉), 설언(설흔), 마언(마흔), 일언(일흔), 아언(아흔)' 등에서 'ㅎ'이 약화되어 들리지 않는다.

경상도 말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은 '첫채, 두채, 시채, 니채, 다아채, 여어채, 일곱채, 여덜채, 아곱채, 열채' '다섯분채, 여덜분채, 아옵분채', '첫채뿐, 니채뿐, 아옵채뿐' 등이다. 여기서는 다른 지방의 '째'가 '채'로도 나타나고 '번째'도 '분채'로도 실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간혹 '분채'가 '채뿐'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다른 지방 '째 번'의 변이형이다.

경상도말에서도 '한둘, 두우(두개 정도), 서너, 너댓, 대앳(다섯 정도), 여나무(열남짓)…' 등과 같은 어림수가 사용된다. 어림수는 추상적 인식의 표현으로 객관적이지 못한 대상을 지칭하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사
   
고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림수는 대상의 개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거나 상황에 따라 다른 조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들을 이를 배려한 언어 책략으로 보인다.

즉, '여나문 개 가 온나'는 열 개를 기준으로 하고 나머지 한 두 개 정도는 듣는 사람이 상황에 따라 더 가지고 올 수도 있고 적게 가지고 올 수 있는 배려가 있는 표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근열 부경대 객원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4. 4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5. 5“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6. 6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6. 6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7. 7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