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께 만들어진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 지도로 고대 그리스의 세계관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인도양을 사방이 가로막힌 바다로 묘사했으며, 아메리카 대륙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푸른길 제공

지도는 힘이 세다. 적어도 '지구 끝까지 : 세상을 바꾼 100장의 지도'에서 지도는 그렇다. 지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이를 100장의 지도로 검증하기 때문이다.

지도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소통 형태 가운데 하나이다. 최초의 지도는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에 그려졌다. 지도는 국가의 발흥과 쇠퇴, 종교의 성장, 과학의 탄생, 새로운 땅의 정복을 기록한다. 선사 시대의 암각화에서부터 인공위성 영상을 토대로 컴퓨터로 그린 최신 지도에 이르기까지, 지도 제작자들은 이 세상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지도학을 사용해 왔고 그것을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지도 중 하나는 기원전 6200년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고고학자 제임스 멜라트 팀이 발굴한 아나톨리아의 차탈휘위크 선사 유적지에서 발견된 이 지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가도다. 이 지도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기원전 4000년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 초승달 지대에 살던 수메르인이 설형문자를 만들기 2700년 전에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또 고대 이집트의 지도는 죽은 영혼을 사후 세계로 인도했고, 중세 성직자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설파하기 위해 마파 문디(세계지도)를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제작된 지도책(아틀라스)은 여러 방면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했고, 신세계 발견의 공에서 지도를 빼놓을 수 없다. 또 19세기 후반 런던 빈민의 삶을 그린 지도는 오염원을 추적해 콜레라를 박멸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세라 벤달 케임브리지대학 이마누엘칼리지 선임연구원은 이 책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지도는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지도는 제국, 왕국, 국지적 사회, 개개인(어느 시대에, 어디에 있었던 간에)의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 이유는 지도를 제작할 때 지도상에 나타낼 정보가 선택(제외하거나 수정할 아이템 선택)되고 제작 목적에 따라 정보 전달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