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해운대해수욕장과 구남로 일대가 외국인들의 심야술판과 폭죽 세례로 뒤덮여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늦은 시간 때아닌 소란에 놀란 시민의 신고만 38건에 달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10~20여 명씩 집단으로 모여 ‘노마스크’ 상태로 몰려다니거나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2ｍ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우리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오간데 없었다. 그런데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은 구두 계도만 되풀이하며 소극적 대처에 그쳤다. 가뜩이나 1일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까지 개장하는 마당에 시민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철저하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30일 새벽까지 이어진 심야술판에 가담한 외국인의 수는 경찰 추산으로 2000여 명이다. 대부분이 미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 연휴를 맞아 해운대를 찾은 주한미군 사병과 관계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운대 뿐만 아니라 대구의 유명 클럽 밀집거리에서도 수백 명의 미군들이 새벽까지 술판과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군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술판 소동이 그들의 연휴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지만, 우리 공권력의 대응은 늘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경찰과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소극적 단속에만 그치고 있으니 미군의 재발방지 약속도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하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 독립기념일에 해운대해수욕장과 구남로 일대가 군산 오산 대구 등지에서 온 미군들의 술판과 폭죽 난동에 뒤덮인 후 주한미군은 재발방지 의지를 밝혔다. 한국의 방역지침은 주한미군 모든 부대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며, 해변 마스크 착용과 고성 금지 명령을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벌금 부과 소식은 전해진 바 없고, 이번에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29일 밤 소동에 놀란 당국과 미군 헌병대가 30일 오후 합동 단속에 나서 방역 위반 사례를 200여 건이나 적발했지만 이 역시 구두 계도에 그쳤을 뿐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주한미군에게 있다. 그러나 오늘부터 일부 해수욕장까지 개장했으니 미군의 자정 의지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유일한 해법은 역시 강력한 단속뿐이다. 동맹도 중요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시민의 안전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군 대부분이 백신접종을 마쳤다고 하지만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지난달 초 백신을 맞은 미군 병사 3명이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법적 단속 근거도 있다. SOFA(주한미군지휘협정) 7조는 ‘주한미군은 한국 법령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2조는 ‘주한미군이 저지른 비공무 사건에 대해 한국이 체포, 수사,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래서 현장인력이 눈치를 보지 않도록 고위층의 강력한 일벌백계 의지 천명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