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로 가 진료를 받느라 큰 불편을 겪었는데 이제는 가지 않아도 돼 벌써 병이 호전된 기분입니다.”

산청군 차황면 박모 씨가 산청의료원 내과에서 진료를 받고 병원 로비로 나오고 있고 진료실 앞에 2명의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14일 경남 산청의료원 내과 진료실 입구에서 만난 박모(여·71·산청군 차황면) 씨는 밝은 미소와 함께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에 부임한 유모(69) 내과 전문의로부터 20여 분에 걸쳐 진료받으면서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당뇨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데도 산청의료원에는 내과 전문의가 없어 그동안 진주 경상국립대병원으로 가 진료를 받아왔다.

그는 “집이 있는 차황면에서 버스를 타고 산청읍으로 와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진주로 가 그곳에서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가야 해 시간적· 경제적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하소연했다. 진료를 기다리던 이모(67·산청군 신등면) 씨는 “내과 선생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아내와 함께 트럭을 타고 급히 왔다”고 말했다.

내과 전문의가 진료를 시작한 지 사흘째인 이날 오전 산청보건의료원 1층 내과 진료실 앞에는 대기 환자가 최대 4명에 그쳤다. 농번기로 급한 환자를 제외한 일손이 바쁜 농민들이 의료원을 많이 찾지 않은 데다 의료원 직원들이 병원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신임 내과 전문의를 고려해 다른 의사들에게 진료받도록 안내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산청의료원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200명으로, 이 중 60~70%가 혈압·당뇨·감기 등 내과 환자다.

산청군 차황면 박모 씨가 산청의료원 내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산청의료원 김솔 원장은 “지난 12일부터 사흘째 내과 전문의가 진료에 나서고 있으나 선생님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환자의 진료를 보지 못한다”며 “선생님이 정식 출근 전인 지난 11일에 의료원을 찾아 진료 기록을 입력하는 병원 프로그램을 익히는 등 적응을 위해 애쓰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정상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는 휴진인 데도 유 씨는 이날 오후 진료실에 남아 업무를 확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개인병원과 공공의료원은 진료 시스템이 차이 나기 때문에 업무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산청의료원은 지난해 11월부터 5차례 채용 공고를 낸 끝에 최근 내과 전문의인 유 씨를 채용했다. 연봉 3억6000만 원에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는 조건이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업무는 외래·입원 환자 진료와 건강상담 등이다.

유 씨는 충북 청주에서 운영하던 내과 전문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지난 9일 아내와 함께 경남 산청에 집을 얻어 이사했다.

유 씨가 내과 전문의로 오면서 산청의료원의 다른 전문의도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4월 공중보건의 전역 후 내과 전문의 자리가 비면서 일반의 또는 마취통증의학과·소아청소년과·외과 등 다른 전문의가 내과 환자를 분담해 진료해 왔기 때문이다. 경증 환자는 진료할 수 있었으나 중증 당뇨·혈압 등 전문적인 내과 진료는 어려웠다.

산청의료원 병원 로비.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한편 산청의료원은 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과 일반의 치과 한방과 전문의 의료원장과 공중보건의 등 9명이 진료해 왔으나 유 씨 채용으로 내과 분야의 전문적인 진료도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