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불가… 감정평가 거쳐야”
매년 태풍 피해가 반복되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파도 위력을 줄여줄 방재 시설 설치가 애를 먹고 있다. 방재시설 착공에 앞서 해저 지반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어업 피해를 우려하는 어민 반대로 관련 용역을 마무리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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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월파피해를 당한 마린시티 상가 모습. 국제신문DB |
14일 부산시와 해운대구의 설명을 종합하면 마린시티 연안 방재 시설 설치를 위한 해저 지반 조사가 추진 중이다. 이곳은 태풍 때마다 파도가 제방을 넘어오는 월파에 시달린다. 2016년 태풍 ‘차바’ 때엔 전체 35만㎡ 중 16만㎡가 침수되고 상가 25곳과 차량 80여 대가 파손됐다. 이에 해운대구는 그 해 12월 이곳을 ‘수영만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했고, 지난해 2월 시가 방재 시설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에서 사실상 낙점된 방재 방식은 ‘이안제’다. 마린시티 연안에서 150m 떨어진 해상에 길이 500m 방파석(테트라포드)을 쌓아 파도 높이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안제가 생겨나면 5m 높이의 파도를 3m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안제는 바닥에서부터 14m 높이까지 쌓는다. 수면 위로 드러나 보이는 방파석은 수심에 따라 1~4m 수준으로 예상되며, 공사 기간은 착공 후 3년 6개월로 전망된다.
이안제 방식 외에 ▷연안 매립 뒤 높이 2m 방벽 설치 ▷해상 방파제 설치 등이 고려됐다. 파고 감소 효과는 비슷하지만, 경제성에서 이안제(565억 원)가 방벽(900억 원)이나 해상 방파제(680억 원)보다 나았다. 경관이나 해수 소통 면에서도 이안제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뒤따랐다.
본격적인 이안제 공사에 앞서 남은 절차가 지반 조사다. 지난해 12월 이 사업을 승인한 행정안전부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내에서 사업이 시행돼야 한다’는 조건과 ‘실제 공사가 이뤄지는 지점에서 지반 조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현재 수영만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는 마린시티의 육상 구간까지만을 포함한다. 해상에 이안제를 지으려면 바다 구역까지 지구 범위를 넓히고 해저의 상태를 새로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우동어촌계 등 이곳 어민들이 어업 피해를 주장하며 지반 조사 등 이안제 사업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등록 어업인 52명(어선 46척) 규모인 이 어촌계는 마린시티 연안에서 통발이나 자망으로 망둥어·우럭 등을 낚는다. 어민 동의를 얻는 등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지반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어민들은 사업 시행 전 선제적으로 피해보상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시와 해운대구는 지난 3, 4월 어민을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는 별 소득이 없다. 시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오는 11월 이안제 용역을 끝마치고 곧바로 착공에 들어가야 하지만, 어민을 설득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피해보상을 하려면 사업이 확정된 후 감정평가를 거쳐 금액을 산정해야 하는데, 선제적인 보상금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