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 6%대 상승률은 환란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만이다. 경유(50.7%), 감자(37.8%), 갈비탕(12.1%) 등 대다수 품목의 상승률이 두 자릿수다. 전국 평균치보다는 낮지만 부산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7%에 달한다. 전국 물가는 올해 여름 중에 7, 8%대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데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증가로 농축수산물, 개인서비스 가격까지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어서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비싼 비용을 동반하니 외출하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물가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진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0.25% 포인트 인상에 그칠 지, 0.5% 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지가 관심사다. 빅스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로 같은 수준인데, 우리가 0.25% 포인트만 올린 상황에서 미국이 이보다 더 높게 인상할 경우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원화가치 하락, 수입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1년 후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이 3.9%로 2012년 4월 이후 10년 2개월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물가인상 심리가 강한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빅스텝의 부담이 너무 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빅스텝이 확정되면 대출이자가 연간 6조7000억가량 늘어난다. 지난 5월 기준 가계대출 중 금리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변동금리 비중이 82.6%에 달한다. 돈을 빌려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에 투자한 ‘빚투족’은 물론,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받은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대출금 상환을 못하게 되는 이가 속출하면 부실은 금융권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결국 소비·투자·생산의 연쇄적 위축을 초래하는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의 도래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경착륙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고 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 현상인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급망 재편,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전세계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심각한 물가 충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늦은 감이 크다. 서둘러 스태그플레이션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그 핵심 내용의 하나가 가계부채다. 윤 대통령이 나서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여야를 망라한 거국적 당정기구를 꾸려 총력대응해야 할 초비상 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