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맨드라미가 개화하기 시작했다. 한여름 강렬한 태양 아래 불길처럼 피어나는 꽃 맨드라미. 그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가을로 향할수록 꽃은 더 아름답고 화려해진다.

도혜영 작가의 ‘lovable’. 작가 제공

들판 위의 붉은 맨드라미가 화폭 안으로 들어왔다. 도혜영 작가는 맨드라미 연작 등을 선보이는 첫 개인전 ‘Unfading love&passion(시들지 않는 사랑과 열정)’을 오는 30일까지 부산 동래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움에서 연다. 작가는 “가을 맨드라미의 성숙함은 겉모습만을 치장한 게 아닌, 내면을 갈고 닦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 그림은 모두가 세상 앞에 당당해지고, 마음 속 잠재된 자신의 붉은 꽃 한 송이씩 터트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한다.

전시에선 한지에 분채 작업으로 색을 올려 그린 맨드라미 연작 등 최근작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춤추듯 곡선이 화려한 맨드라미와 길게 늘어진 줄기를 따라 꽃을 피우는 줄맨드라미의 붉고 탐스러운 모습은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전시 제목은 맨드라미의 꽃말에서 따왔다. 시들지 않는 사랑과 열정은 그림에 대한 작가의 태도이기도 하다. 작가는 대학 졸업 후 10년 가까이 그림을 그리지 않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찾아 다시 붓을 들게 됐다. 맨드라미는 그의 졸업작품 소재이기도 하다.

맨드라미는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랜 기간 꽃을 피워 ‘건강, 방패’라는 꽃말도 가진다. 작가는 맨드라미 꽃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 방패막 꽃이 되길 바랐다. 그는 “요즘 사회는 불신 불안 공포 등 심리적으로 지친 사람이 많아졌다”며 “힘든 시기, 붉고 꼿꼿한 맨드라미 그림이 현대인의 마음에 따뜻한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전시장엔 작가가 평소 여행에서 찍은 사진도 함께 펼쳐보인다. ‘나의 여행일지’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가운데 일부를 현상해 전시하고, 엽서로도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