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 관한 수사를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안전관리체계를 3단계로 설정한 관련 법 규정 탓이다.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연합뉴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를 수사중인 특수본이 행안부 서울시 등 상급기관 수사를 혐의 없음으로 잠정 결론 낸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에 관한 국가기관의 대비·대응 의무 등을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상급기관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으로 봤다.

이는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행안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등 3단계로 설정한 재난안전법 관련 규정 탓이다. 이 법은 행안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또 광역지자체가 관할 지역에 특화된 시·도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우고 마찬가지로 기초지자체가 최종 시·군·구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입안한다.

특수본은 이에 따라 행안부와 서울시가 이태원에 한정된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울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급기관에 재난 대응 책임도 묻기 어려운 것으로 봤다. 서울시 조례에 서울시 재난대책본부장이 용산구 재난대책본부를 지휘·지원하도록 규정할 뿐 의무와 책임은 명문화돼 있지 않다.

특수본은 대신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일대를 관할하는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가 재난 대비와 대응과 관련된 구체적 책임을 진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속한 이임재(54·구속)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62) 등 관계기관장 및 간부급 책임자들을 끝으로 수사를 일단락 지을 방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재난안전법의 전체적인 규정과 취지를 봤을 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재난 대비·대응 의무를 지는 것은 기초지자체로 판단된다.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힘든 만큼 그 상급기관인 행안부에도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