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농촌 마을의 일꾼인 여성 이장도 많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여성 특유의 유연함과 섬세함, 감성적인 행정이 지역민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여성 이장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진다.

거창군은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주관으로 지난 21일 남하면 대야마을에서 지역 여성 이장들을 위한 ‘찾아가는 리더 교육’ 워크숍을 진행했다. 거창군 제공

22일 경남 거창군에 따르면 267명의 전체 마을 이장 중 10% 가까운 24명이 여성 이장이다. 또 연령별로는 40대 1명, 50대 11명, 60대 10명, 70대 2명으로 연령대도 갈수록 젊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2대 1 이상 경쟁률 속에 뜨거운 선거전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이장은 2015, 2016년의 8명에서 세 배나 늘어났다. 또 이 당시 여성 이장은 60대 후반 연령대가 대부분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근 함양군은 전체 262명 중 12명(4.6%)이 여성 이장이다. 하동군은 319명 중 16명(5.0%)이고 산청군은 288명 중 18명(6.3%)이 여성이다. 인근 지역에 비하면 거창군의 여성 이장 활약은 두드러지는 편이다.

대구에서 살다가 15년 전 귀농한 거창군 가북면 옥산마을 김미정(49) 이장은 “올해 마을 주민의 추천으로 처음으로 이장을 맡아 생소한 면이 있지만 이웃분들이 많이 도와줘 큰 어려움 없이 업무를 보고 있다”며 “ 마을 어르신들 모두 고생을 많이 하면서 살아오셨다. 정부 등 행정당국의 혜택이 있으면 꼼꼼하게 찾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성 이장이 인기를 끄는 데는 종전보다 역할이 강화되고 처우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장은 한 달 40만 원의 수당과 200%의 명절 상여금, 회의 때마다 2만 원(월 2회 회의)의 수당을 따로 받는다. 또 마을 복지 도우미로 월 10만 원의 복지수당과 마을 영농회장으로 농협으로부터 1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중·고교생 자녀가 있으면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급되고 사고를 당하면 최고 1억1000만 원까지 지급받는 상해보험에도 무료 가입된다.

게다가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행정의 지시를 따랐지만 지방자치가 자리 잡으면서 민원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대세를 이루면서 주민 대표인 이장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한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이장이 행정의 최일선 조직으로 대우받으면서 마을을 대표해 각종 회의와 개발 등에 관여하는 주민 대변자로 거듭나는 것도 한몫한다. 

거창군 관계자는 “여성 이장이 가진 세심함과 따뜻함이 더욱 필요한 시대인 데다 이장에 대한 혜택이 늘어나면서 연령이 낮아지고 학력은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거창군은 마을만들기지원센터(센터장 김훈규) 주관으로 지난 21일 남하면 대야마을에서 지역 여성 이장들을 위한 ‘찾아가는 리더 교육’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은 여성 이장 24명이 참가해 농촌 마을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고충과 해결 사례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