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또래 살해는 과거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던 가운데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살인 암시 메모를 하거나 범행 대상을 찾기 위해 앱을 통해 50여 명에게 접촉하는 등 강한 살인 욕구를 드러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은 21일 정 씨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괴 및 절도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지난달 26일 앱을 통해 과외 교사를 구하는 척 부산 금정구 또래 피해자 집을 방문해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낙동강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2일 정 씨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뒤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정 씨 주거지와 범행대상을 물색했던 과외앱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포렌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검찰은 정 씨가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달 20일 과외앱에 가입해 수학 영어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54명의 과외 강사를 대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대화를 통해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며 집에서 수업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했다. 이 중 피해자가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 대상으로 선택했다.
이후 지난달 26일 오후 5시50분께 미리 준비한 흉기를 가지고 피해자 집을 찾아가 전신을 여러 차례 찔러 사망하게 한 뒤 또 다른 흉기로 사체를 훼손했다. 자신의 옷에 피가 묻자 피해자의 옷을 입고 나가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후 다음 날 새벽 1시15분께 시신 일부를 양산의 한 공원이 유기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정 씨가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등의 살인 암시 메모를 작성하고, ‘살인 방법’, ‘사체 유기’ 등을 검색한 것도 확인했다. 이에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던 정 씨는 검찰 수사로 확보된 증거를 통해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했음을 인정했다.
정 씨의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던 가운데 검찰은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을 통한 통합심리분석 ▷범죄심리학자 자문 ▷인터넷 검색 기록 분석 등을 통해 범행동기를 규명하고자 했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정 씨는 불우한 성장 과정이나 가족과의 불화 그리고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으로 인해 과거부터 쌓인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이런 행동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이코패스적 특성까지 지니고 있어 범행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정 씨는 검찰이 실시한 사이코패스 평정 척도 검사(PCL-R)에서 26.3점이 나와 사이코패스 고위험군(25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정 씨가 신분 탈취 목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살해하기 용이한 조건으로 피해자를 정한 것일 뿐 신분 탈취 목적이었다고 볼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옷으로 입었던 것도 단순히 혈흔이 튄 상태에서 외부로 나갈 수 없어 갈아입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정 씨가 무거운 흉기를 사용해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했다는 점에서 공범이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부검 결과, DNA 감정, 사태 상태 등을 토대로 단독 범행임을 밝혔다. 검찰은 “흉기가 무겁지만 성인 여성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CCTV를 확보해 사체를 유기하는 과정을 명확하게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고 실종 처리가 되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 유기했다. 정 씨는 사회 경험이 적어 CCTV 노출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과외앱을 통해 생면부지의 피해자에게 접근해 잔혹하게 살해한 사안이기 때문에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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