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해삼 등의 양식장이 운영되는 부산 기장군 동백항이 인근 골프장 호수에서 떠내려온 오수로 뒤덮여 흙탕물이 되는 일이 27일 벌어졌다. 이 때문에 동백어촌계 어민은 이날 어업을 망치게 된 것은 물론, 양식장 수산물의 집단 폐사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부산 기장군 일광읍 동백천이 아시아드 컨트리클럽(CC)에서 떠내려온 토사 탓에 흙탕물로 변했다. 일광읍이장협의회 제공

27일 오전 6시50분 ‘일광읍 아시아드 컨트리클럽(CC)의 저류지 둑이 무너져 동백항에 토사물이 넘치고 있다’는 신고가 기장군에 접수됐다. 기장군은 이날 오전 7시20분부터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흙탕물 유입에 따른 재산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 동백항 연안에는 전복·해삼 등을 키우는 양식장이 자리한다. 해녀의 물질도 매일 이뤄지는 곳이다. 동백어촌계 어민은 새벽부터 강과 바다가 토사에 뒤덮여 어업에 나서지 못했다.

아시아드 CC에 따르면 토사물은 골프장 내 저류지(호수)의 배수구가 무너지면서 생겨났다. 저류지는 골프장에 내린 빗물 등을 모아뒀다가 배수관을 통해 조금씩 동백천으로 흘려보낸다. 그런데 배수관이 묻힌 콘크리트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면서 토사와 함께 강으로 떠내려갔다. 현재는 포클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배수관 입구를 막아 물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조처했으나, 동백천과 동백항 일대는 이날 정오 넘도록 탁한 흙색을 띠었다.

부산 기장군 동백항이 아시아드CC로부터 유입된 오수로 탁한 빛을 띠고 있다.

하루 생계를 망친 어민은 아시아드 CC 측에 찾아가 대책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해녀 송복술(64) 씨는 “흙탕물이 가시기 전까지 며칠 간은 작업을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의 오수가 양식장에 떠내려왔으니, 집단 폐사가 발생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이날이 아니더라도 비만 오면 골프장 저류지 물이 동백항으로 유입되기 일쑤다”고 하소연했다. 송명한 동백어촌계장은 “오수가 처음 발견된 건 이날 새벽 5시께였는데, 골프장 호수의 고인 물이 떠내려온 영향 탓인지 색깔이 아주 탁했다. 낮 12시가 넘어서도 바다에는 여전히 흙빛이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골프장 측은 방수공사 등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도형 아시아드CC 사장은 “시설이 생긴 지 20년이 넘어(2002년 8월 개장) 낡은 데다 일대 지반도 약하다. 지난 7월엔 많은 비가 내려 저류지에 고인 물의 양이 상당했다.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배수구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방수공사를 시행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