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엔 “관행만 있다면 문제 없다”
- 고령자 노동시장 고용 불안 우려

정년이 지난 노동자가 촉탁직으로 계약을 연장할 때 그에 관한 관행이나 규정이 없으면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대법원이 불과 다섯 달 전 촉탁계약 재고용 관행만 있어도 별도 규정 없이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는 점에서 촉탁직 계약 연장과 관련한 노동 시장과 법조계의 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2부(권영준 주심)는 부산 남구 노인의료복지시설 운영자인 사회복지법인 ‘다온’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법인은 이곳 소속 요양보호사인 요양서비스노조 박혜경(여·62) 해피실버타운분회장의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한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소를 냈다.

법인은 2020년 7월 박 분회장이 정년 만 60세에 이르렀다며 근로계약을 종료했다. 박 분회장에 앞서 13명의 직원이 촉탁 계약을 통해 재고용됐지만 법인은 박 분회장이 무급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이 내려진 점을 들며 계약을 거부했다. 법인은 박 분회장이 여성 입소자·직원 앞에서 춤추며 뱃살과 속옷을 3~4초간 노출해 징계 받은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박 분회장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넣었고 지노위는 재고용 기대권은 인정했지만, 법인의 근로계약 종료에도 합당한 근거가 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징계 이력 등만으로 재고용을 거절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박 분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2심도 중노위와 같은 판단을 이어갔다. 서울행정법원은 “당사자가 징계를 받게 된 사안에 있어 불쾌감을 표시하는 표정이나 행동을 보인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고, 소명 기회도 부여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법인은 박 분회장 외에 업무상 이유로 징계를 받거나 시말서를 쓴 경험이 있는 이들과는 반복적으로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며 법인의 계약 종료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고용에 관한 관행이나 취업 규칙이 불분명해 기대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볼 수 없어 정년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것이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5개월 전 대법원의 판단과는 정반대였다. 지난 6월 대법원 3부는 “재고용 관행만 확립됐다면 촉탁직으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법무법인 시대로 조애진 변호사는 “촉탁직 계약 연장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은 갱신 기대권 유무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을 앞두고 촉탁계약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려는 고령자들의 고용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