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 해양수산 분야 연구·공공기관이 친환경 선박 개발 및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책 요구 등 갈수록 엄격해지는 국제사회의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20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최근 산하 조직인 친환경선박설계기술사업단에서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가동 중소형 표준선’ 3종이 한국선급으로부터 ‘기본승인’(AIP·기본설계에 대한 )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사업단이 개발한 기술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여서 향후 일정 추진이 더 빨라지게 됐다.

기본승인을 획득한 선박은 LNG 연료로 운항되는 2700TEU 피더급 컨테이너선, 6만 ｔ급 벌크화물선, 7000CBM급(가로·세로·높이 각 1ｍ의 체적)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이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중소 조선사와 설계 기업 등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사업단은 다음 달 중 공모를 통해 이 기술을 적용할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홍기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장은 “이번 표준 선박 개발이 중소형 조선업계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속해 기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개발한 7000CBM급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념도. 연구소 제공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한 선박건조업체의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용접 기술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공단 제공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친환경 소재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을 활용한 소형 어선 보급에 나선다. 2025년까지 HDPE 소형 어선 7척을 국내 최초로 건조, 3년 뒤 상용화한다는 것이 사업 목표다.

업계에서는 HDPE는 현재 우리나라 소형 어선의 97%를 차지하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선박을 대체할 유일한 소재로 판단한다. FRP는 화재 사고에 취약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반면 HDPE는 FRP보다 발화 속도가 느린 데다 유독가스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폐선 때는 100% 재활용도 가능하다.

이에 공단은 내년부터 ‘전라남도 친환경 HDPE 소형어선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참여, HDPE 소재 시제선 건조 및 실증사업을 주도한다. 또 지난해부터 소형 어선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어선 설계 데이터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준석 공단 이사장은 “친환경 소재인 HDPE를 활용한 소형 어선 개발은 꼭 완수해야 하는 과제”라며 “설계·건조·검사 기술은 물론,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