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부산을 찾아 가덕신공항·북항재개발의 차질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중단도 안타까워 했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로 균열이 생긴 민심을 파고 들겠다는 총선 전략으로 읽힌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 반대에 발목 잡힌 산업은행법 개정(부산 이전)엔 침묵했다. 이 대표의 통 큰 ‘결단’을 기대했던 부산시와 상공계가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균형발전 정책이다. 이 대표도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수도권 일극체제 해소’ 깃발을 들었다. 지금와서 산업은행 부산행에 유독 소극적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오전 “산업은행이 조속히 이전하도록 과감한 결정을 해달라”고 이 대표에게 건의했다. 이 대표는 “잘 살펴보겠다.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동남권 국책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공약했으나 ‘산업은행’ 네 글자는 입에 담지 않았다. 정치인 화법 중 ‘검토’는 관심 없다거나 부정의 완곡한 표현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이 대표의 ‘검토’ 역시 희망고문 아니면 반대라는 점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사실 야당의 ‘어깃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4일 산업은행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이 대표에게 전달하려다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연말 임시국회에서 신속 처리하자고 제안한 법률안 리스트에 산업은행법 개정을 포함시켰으나 민주당은 뺐다. 167석 야당이 뭉그적대면 ‘금융중심지 부산’ 꿈도 멀어진다.

산업은행 이전이 지지부진한 1차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산업은행이 부산의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한 적은 없다. “정부 여당이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전혀 없다. 무조건 ‘야당이 거부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산업은행을 정쟁 도구로 쓴다”는 박재호 민주당 의원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설득 당할 때까지’ 손 놓는 건 수권정당의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상대 공약을 화끈하게 수용해 자신의 정치자산으로 삼는 게 ‘덧셈의 정치’다. 그래야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 18석 중 9석을 차지한다는 민주당 목표가 현실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산업은행 이전을 미적댄다면 역풍에 휘말릴 게 당연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부산을 방문해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엑스포 불발에 따른 보상책이다. 이 대표도 이날 “지역발전을 위한 재정적 투자와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한 부산시당에는 ‘부산 경제 살리겠습니다’란 대형 뒷걸개가 걸렸다. 맞다. 부산이 수도권에 맞서는 광역권으로 성장해야 지역소멸이 해결된다. 부산을 살리는 출발점이 바로 산업은행 이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