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와이라노] “나도 구해달라곰”… 갈 곳 없는 ‘사육곰’ 160마리

지난해 12월 '사육곰 종식법' 통과

2026년부터 곰 사육 전면 금지돼

전국 284마리 사육곰 갈 곳 찾아야

사육곰 수용할 보호시설 부족하고

사육곰 어떻게 매입할지 대책 없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한평생 철창 속에 갇혀 살았어요. 곰으로서의 본능과 누려야 할 자유, 권리를 모두 박탈당한 채 고통스러운 삶의 나날을 보냈어요. 내 친구들은 감옥 같은 이곳을 탈출했다가 사살되거나, 나이가 들고 병이 생겨 흙바닥 한번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어요. 우리는 인간의 욕심으로 ‘목적에 맞게 사용되기 위해’ 태어난 곰이에요. 나는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나요?”

강원도 화천의 한 곰 농장에서 키워진 사육 곰. 허시언 기자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까맣고 반짝거리는 눈, 촉촉한 코, 가슴에 반달 모양 무늬를 가지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입니다.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죠. 하지만 어떤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어떤 반달가슴곰은 평생을 철창 속에서 살아갑니다. 대다수의 사육곰은 반달가슴곰이지만 한반도의 반달가슴곰과는 다른 아종으로, 천연기념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생태계 교란 우려 때문에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쉽지 않죠. 또 사육곰은 평생 갇혀 살았기 때문에 자생능력도 떨어집니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과 철창 속의 사육곰은 같지만 다른 곰인 것.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 사육곰 수입을 장려했습니다. 곰을 수입해 키운 뒤, 웅담을 채취해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었죠. 많은 농가들이 사육곰 산업을 위해 곰을 수입했고, 사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반달가슴곰은 1973년 채택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이미 세계적인 멸종 위기 야생동물로 보호받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수입과 수출 등이 금지돼 있었고, 뒤늦게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한 정부는 1985년 곰의 수입·수출을 금지했습니다. 1993년에는 한국도 CITES에 정식 가입하며 곰의 재수출까지 금지시켰죠.

하지만 이미 국내에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한 곰들이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미 수입한 곰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죠. 사육곰을 수입하지 못하자 기존에 들여온 곰들에게 자식을 낳게 해 인공번식을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2005년에서야 야생동물식물보호법 시행으로 사육곰 처리 기준을 마련하면서 사육곰 관리를 각 지자체에서 환경청으로 이관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증식 금지를 위해 사육곰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인공번식을 법적으로 규제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국회에서 사육곰의 소유·사육·도축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40년 넘게 이어져 온 사육곰 문제에 마침표를 찍은 법안이죠.

곰이 먹이를 먹고 있다. 허시언 기자
하지만 사육곰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남아있습니다. 현재 전국 18개 농가에서 284마리의 곰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6년이 되기 전까지 현재 사육 중인 곰들이 갈 곳을 찾아야 합니다. 2026년부터는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곰을 어떻게든 처분해야 합니다. 2025년 말까지는 열 살이 넘은 사육곰의 도축이 합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법 시행 전까지 사육곰을 데려오지 못하면 곰들의 죽음은 자명합니다.

사육곰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농장주들로부터 사육곰을 매입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곰들을 매입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동물 단체에게 일임했습니다. 사육곰을 개사료만 먹여서 10년 동안 키웠다고 가정했을 때, 곰 한 마리의 값어치는 2000만 원 정도입니다. 상당수의 농가가 사육곰을 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동물단체 측이 매입 비용으로 300만~40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금액 차이가 상당합니다. 동물단체가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을 한참 넘어섰죠.

매입 문제와는 별개로 환경부는 구조되는 곰들을 수용해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충남 서천과 전남 구례에 건립할 예정입니다. 두 보호시설에는 모두 120여 마리의 곰을 수용할 수 있죠. 하지만 곰은 284마리입니다. 남은 160여 마리의 곰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법 시행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보호시설을 지을 수도 없습니다. 어떤 곰이 보호시설로 들어가고, 어떤 곰이 보호시설로 들어가지 못하게 될 지도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동물단체가 마련한 사설 보호시설에 최대한 많은 곰들을 수용하기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모든 곰들을 다 데려오기엔 역부족입니다.

“농장에도, 보호시설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남게 될 160여 마리의 곰들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는 상태입니다. 정부에서는 나머지 곰들이 그저 도살되기를 바라고 있죠. 저희 쪽에서도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지원되는 예산도, 땅도 없어서 한계가 뚜렷합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곰 매입 금액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 예산으로 곰들을 구조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6. 6[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7. 7"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8. 8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9. 9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10. 10[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5. 5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6. 6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7. 7“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8. 8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9. 9"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0. 10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 1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2. 2[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6. 6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7. 7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8. 8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9. 9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10. 10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