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김은아 센텀종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김은아 센텀종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   입력 : 2024-04-14 19:41:42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반백의 머리에 얇은 점퍼 차림으로 진료실로 들어선 노년의 남성은 한눈에도 대사 질환 관리가 시급해 보였다. “체중도 좀 많이 나가고, 콜레스테롤과 혈압이 높으시군요?” “알고 있습니다. 혈압약 10년 째, 먹고 있어요.” “네, 그런데, 혈압 조절이 잘 안되시군요. 이 상태에서 매일 음주 하시는 건 위험합니다.”

한숨을 내쉬며 그가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해서 좋아지다가…. 올해부터 매일 술을 먹는 바람에….”

“무슨 일을 하십니까? 올 해 어려운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70대 초반의 그는 수년 전부터 대형 빌딩에서 주차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근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고객차량 관리는 신경 쓸 일이 많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3년 일하며 업무에 잘 적응하던 중 최근 빌딩 신축으로 주차난이 심해져서 매일같이 까다로운 차량 이동과 응대, 주차 안내, 급박한 요구와 무리한 요청을 조정하느라 스트레스를 주체하기 어려웠다. 매일 밤 한 병의 반주는 그에게 생명수와 같았다.

하지만 술과 직무 스트레스는 과체중과 고지혈증으로 연결되었다. 뇌심혈관계 10년 발생 위험도가 최고 위험군으로 분류될 정도의 상황이었다. 70대를 넘는 연령 자체가 위험 요소인 데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 등 대사 질환은 심혈관·뇌 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에게 현재 직면한 위험을 잘 설명해 주었다. 현재 본인의 직무 스트레스 중 가장 힘든 점을 완화할 방법과 우선순위를 의논했다. 위험 수위에 찬 음주량을 줄일 수 있게 격려하고 다음번 검진까지 노력해 보기로 했다.

봄이 되면 정기적 건강 진단, 직장에 입사하거나 이직 하는 사람들의 검진이 늘어난다. 건설업 일용직으로 일할 계획이면서 난청을 가진 남성, 불면증으로 고민하면서 중환자실에서 3교대로 일하는 간호사, 요통과 고혈압 등의 지병을 가진 채로 일해야 하는 요양보호사 여성 등을 맞이하게 된다. 이들에게 일의 어려움과 예방을 의논하고, 건강하게 일할 방안을 찾아 1차의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근로자 건강 진단의 중요한 목적이다.

일하는 사람의 건강검진은 질병이 있는지 진단하는 것과 함께 현재 하는 일이 영향을 주는지 찾아보고 해결 방법을 환자와 의사가 함께 찾는 작업이다. 근로자 건강 진단은 근로자가 하는 일을 검토하고, 일하면서 노출되는 위험을 분석해서 적절한 검사를 제공하고, 진단된 질병을 사후 관리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1차 의료가 취약한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 아래서 근로자에게는 법정 건강진단이 1차의료의 역할을 상당 부분 커버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129, 130조에 의하면 사업주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반건강검진을, 특별한 위험 요인이 있는 근로자에게는 특수건강진단을 제공해야 한다. 2022년에는 우리나라 근로자 1003만9345명이 일반건강검진을 받아 19.7%(1,979,703)가 고혈압 당뇨 등의 대사 질환을 진단 받았다.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조건인 위험 요인에는 화학적, 물리적 위험 요인과 야간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는 중금속, 화학 약품, 시너 등 독성 물질을 다루는 제조업 근로자가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사람의 대부분이었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서비스업 근로자가 늘어났고, 이 근로자들의 야간 작업이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증가했다. 2014년부터 야간 작업을 하는 보건 의료 종사자와 경비·운전 업무 등도 대상이 되었다. 2022년도에 특수건강진단은 245만3466명이 받았는데 야간 작업 때문에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사람이 118만3863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일을 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 뿐만 아니라 규칙적 생활, 성취감 같은 큰 장점이 있지만 일에 따른 위험도 동반하게 된다. 질병 발생 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조기에 진단하며, 진단된 후에는 관리를 제공하는 일하는 사람의 1차의료인 건강진단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의 사업장 근로자에게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건강 디딤돌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 하면 좋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7. 7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8. 8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9. 9‘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8. 8‘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9. 9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0. 10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5. 5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6. 6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7. 7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7. 7[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8. 8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9. 9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0. 10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