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2월 12일 제12대 총선은 부산으로선 일종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선거다. 전두환 신군부정권 체제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자신만만했다. 불과 한달 전 창당한 신한민주당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한 탓이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자 결과는 판이했다. 신민당이 일약 제 1야당으로 올라섰고, 민정당은 전남과 제주에서 1석씩 증가했을 뿐 서울과 대구·경북에서 각 1석, 부산에서는 3석이나 줄었다. 부산 12석 중 6석은 신민당 차지였다. 5·18을 일으킨 전두환 정권에 가장 분노한 건 부산 시민이었던 셈이다. 당시 서울 택시 기사들은 부산 사람들에게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부산 표심이 다시 주목받은 건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에서다. 3당 합당 후 14대부터 19대까지 보수 일색이던 부산이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을 5명이나 배출한 것이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선 부산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까지 민주당 계열이 휩쓸다시피 했다. 보수에 표를 줘봤자 토호들의 잔치일 뿐이라는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가던 중,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훈풍이 결정적인 상승효과를 일으킨 덕분이었다.
지난 주 끝난 제22대 총선은 20대의 데자뷰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선거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18개 지역구 중 최소 8곳, 많게는 10곳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위 접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17석이 국민의힘 몫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은 1석을 얻는데 그쳤다. 민주당은 20대나 21대는 고사하고 19대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온통 파랗게 뒤덮인 서울 인천 경기 충청은 물론이고,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던 부산 자체 민심과도 결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부산마저 뚫렸으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졌으리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만 있으면 부산을 방문했다. 심지어 총선 사전투표도 부산에서 했다. 그러나 부산 사람이라고 오만과 불통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윤 대통령을 곱게 볼 리 없다. 그러니 이재명·조국의 싹쓸이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는 해석도, 대세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기질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선 그토록 정부·여당에 냉담했던 사람들이 마지막에 마음을 바꾸거나 안 가려던 투표장으로 향한 진짜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건 이를 계기로 부산 민심이 다시 주목받는다는 사실, 여든 야든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식’ 접근으로는 그런 민심을 계속 수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