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호텔 횡령 사건(국제신문 11일 자 10면 등 보도)’과 관련, 대리금융기관에 대출금 지급 관리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패소한 군이 항소하기로 했다. 하루 600만 원의 이자가 불어나는 위험을 떠안은 채 30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줄이고자 양날의 검을 꺼내든 셈으로, 국면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합천 호텔 횡령 사건’ 대응 계획을 밝히는 김윤철 군수. 합천군 제공

김윤철 합천군수는 18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의 향후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일 군이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288억6000여만 원 상당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메리츠증권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 지급 승인 권한을 가진 대리금융기관이자 채권 지분 100%를 가진 대주다. 군은 법정에서 메리츠증권이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착공 전 시행사에 250억여 원의 사업비를 입금한 점, 사업비 지급 후 시행사에서 다시 돈을 돌려받기로 하는 이면계약서가 첨부된 점을 들어 모든 손해배상금을 떠안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21년 양 기관이 맺은 실시협약을 근거로 군이 전액 손해 배상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메리츠 측에 과실이 있어도 검토 의무를 명시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군은 손해배상금 감액 사유가 충분할뿐더러 이 소송과 별도로 진행 중인 대출금 반환청구 본안 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항소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9월 군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제기에 따른 후속 조처로, 그 2개월 뒤 군과 시행사, 시공사 등을 상대로 제소한 288억 원 규모의 민사 소송이다.

군이 지급 보증 의무에 따라 물어내야 할 원금과 이자는 31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김 군수는 “항소심을 위해 전국 최고 수준의 법무법인을 새로 선임했다”며 “1심에서 다루지 못한 법리와 주장으로 군의 손해배상액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손해배상액을 청사건립 기금으로 충당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청사건립 기금의 보전을 위해 군비 자체 사업의 지출 감축에 나서는 등 세출 구조조정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고의와 과실 부분에선 일벌백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김 군수는 “군의회가 지난해 청구한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가 올 연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실이 있는 공무원에게 합당한 행정·형사적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업은 군이 영상테마파크 1607㎡ 부지에 민간 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 시행사 자부담 40억 원)으로 2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 민간 시행사 실사주 A 씨가 수백억 원의 대출금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 여파로 군은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시행사 실사주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