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복권의 국내 유통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구매대행 업체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해외복권 구매대행과 관련해 처리한 사건은 4년(2021년~2024년 9월)간 161건에 달했다. 2018년 경기북부경찰청은 해외복권 구매대행금 430억 원을 가로챈 일당 15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정부는 철저한 단속으로 불법 해외복권 유통을 뿌리 뽑아야 한다.

부산 기장군에 거주하는 60대가 이용하는 해외복권 구매대행 업체 웹사이트 캡처. 2등 당첨 금액이 적혀 있다. 독자 제공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정부가 허가한 복권 외에는 판매·구매·대행 모두 금지돼 있다. 실제로 2023년 10월 2개 업체가 키오스크를 이용, 해외복권을 판매하다 적발돼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정부 역시 ‘파워볼’ ‘메가밀리언’ 등 미 복권의 해외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복권 대금을 입금해도 실제 구매가 이뤄졌는지 불확실하고 당첨되더라도 대행업체가 당첨금을 가로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외복권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피해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다. 부산에선 60대 남성이 지난달 ‘파워볼’ 추첨에서 2등(14억 원)에 당첨됐으나 구매대행 업체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며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업체는 출금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이 남성의 계정을 삭제하고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이처럼 복권 구입비와 수수료만 챙기거나 당첨금을 빌미로 추가 수수료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2021년 부산과 서울 등 전국 70여 곳에 달했던 ‘미국 복권방’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외복권 구매대행’ 불법 사이트가 급증해 걱정스럽다. 이들은 서버를 해외로 옮기고 도메인을 수시로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단속을 피하며 성업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공식 인증’ ‘합법 투자’ ‘안전 대행’이란 문구로 포장된 해외복권 광고가 끊임없이 나온다. 일부는 국내 복권보다 ‘당첨확률이 높다’거나 ‘해외복권 대행 구매가 합법’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린다. 그런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주무부처가 아니다’는 이유로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해외복권 투자·대리 구매대행 업체 실태를 조사하고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불법 행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야 마땅하다. 가뜩이나 우리 국민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을 일삼다 불거진 ‘캄보디아’ 사태로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이다. 국회는 플랫폼 광고 승인 절차를 엄격히 해 불법 광고를 차단시킬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국민 대상 홍보·경고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 개개인은 불법적인 해외투자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제안에 반드시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경계해야 한다. 개인의 경각심과 함께, 정부의 체계적인 감시와 단속이 이뤄져야 사기 범죄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