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로스해 쿨먼섬에서 발견된 어린 황제펭귄 사체들. 대부분 굶어 죽은 것으로 추측된다. 극지연구소 제공

우리나라 연구진이 남극의 대규모 황제펭귄 서식지의 새끼 개체 수가 이전에 비해 70%가량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추측된다.

19일 극지연구소는 올해 남극 로스해 쿨먼섬에 사는 어린 황제펭귄은 6700여 마리로 지난해의 2만1000마리에 비해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근처의 서식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형 빙산이 번식지 출입구를 막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먹이 공급이 제대로 안 된 것으로 파악했다.

극지연구소의 김종우, 김유민 연구원은 지난달 현장에서 길이 약 14km, 축구장 5000개 넓이의 거대한 빙산이 번식지와 바다를 잇는 주요 출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과거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빙산은 지난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돼 북상한 뒤 7월 말께 번식지 입구에 이르렀다. 통상 어미 황제펭귄은 6월께 산란하면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나갔다가 2~3개월 뒤 부화할 때 돌아온다. 그러나 빙산이 경로를 차단하면서 새끼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드론 촬영 사진에서도 빙산 절벽에 막혀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수백 마리의 황제펭귄 성체가 장기간 체류하는 모습이 찍혔다.

연구진은 살아남은 30%는 어미가 빙산으로 막히지 않은 다른 경로를 통해 먹이를 공급했던 것 같다며 빙산이 다음 번식기 전에 사라지면 회복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간 정체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 경로가 다른 주요 서식지들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미뤄볼 때 빙붕 붕괴는 황제펭귄 등에 잠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례는 내년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적으로 보고된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의 의뢰를 받아 현장 조사, 위성·항공 원격 탐사 등을 통해 황제펭귄을 비롯한 주요 생물의 개체수 변화와 주변 환경 요인 등을 분석하고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정확하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