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 관련 법 등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기업에 과징금을 가중 부과하기로 했다.

기업이 법을 어긴 뒤 그 위반 행위를 1회만 반복해도 최대 50%를 가중하는 등의 방식이다. 총수일가 승계·지배력 확대 과정의 일감 몰아주기도 엄정 제재한다.

반도체 기업이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의 특례를 받으려면 지방투자 등을 반드시 약속해야 한다.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논란이 된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한 약관도 집중 점검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과징금 상한 현실화

공정위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업무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공정위가 밝힌 ‘향후 업무추진 방향’의 비전은 ‘함께 성장하는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이다.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 해소 ▷민생 밀접 분야 공정경쟁 확산 ▷디지털 시장 혁신 생태계 조성 ▷대기업집단 규율과 혁신 인센티브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한다.

우선 공정위는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 관련 법상 경제적 제재가 법 위반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부과·산정 방식 등에 대한 개정과 과징금 체계의 개편을 추진한다.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1회 반복만으로도 최대 50%를 가중한다.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 가중되도록 개선한다는 게 공정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 중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기로 했다.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위반 행위의 중대성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강화될 수 있도록 관련 기준도 개선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해외 선진국보다 과징금 수준이 낮은 행위를 중심으로 그 상한(정률과징금)을 현실화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경우 한국의 과징금 한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6%다. 이는 일본(10%)이나 유럽연합(EU·30%)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가 곤란할 때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상한도 공정거래법과 갑을관계 4법 등에서 모두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 반칙 행위에 대한 감시·제재도 강화한다. 우선 총수일가 승계·지배력 확대 과정의 일감 몰아주기와 우회적 자금지원 행위를 엄정 제재한다. 금융·민생 밀접 분야(식품·의료 등)도 집중 감시한다.

총수의 자금 조달이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위장 계열사 등을 활용하는 행위(고의적 계열사 누락 등)는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부당내부거래 등에 대한 제재 기준도 정비한다. 자연인(총수일가)에 대한 정률과징금 부과 등 부당이득에 비례하는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산정방식 등을 개선한다.

대기업집단 규율 회피 목적의 탈법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근거를 신설할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 지방투자 약속해야 특례 혜택

공정위는 첨단전략·벤처산업 투자 활성화에도 나선다. 우선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특례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고, 경제력 집중 억제 등 지주회사 제도 취지를 저해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 사전심사·승인 등 안전장치 및 지방투자를 전제로 반도체 분야 증손회사 의무지분율 완화(100→50%) 및 금융리스업을 허용한다. 지방투자 등을 약속한 반도체 기업만 이런 특례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공정위는 지역 현장의 불공정행위 신속 처리를 위해 하도급법·가맹법·표시광고법 위반 중 일부 행위에 대한 과태료·시정권고 부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제시한 지방정부 위임·위탁 가능 대상 행위는 ▷건설하도급 입찰결과 미공개 ▷내국신용장 미개설 ▷관세 환급액 미지급 ▷정보공개서 공시의무 위반(미공시·허위공시 등) ▷결혼서비스업과 체육시설업의 중요사항 표시·광고 의무 위반 등이다.

공정위는 또 ‘갑을’ 동반성장을 위해 을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보장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단체행동에는 담합 규정을 적용 제외하도록 검토하는 등 단체행동 보장을 위한 관련 제도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노동자 등의 정당한 권리행사 보장을 위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노동자·노무 제공자·노동조합 등을 명확히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가맹점주·하도급 기업·대리점주 등의 거래조건 협상력은 강화한다.

갑을 분야 불공정행위 적발 체계도 강화한다.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는 기술 보호 감시관 등 다양한 적발 채널을 활용하고 전문 조사인력을 증원하여 기술 탈취 직권조사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쿠팡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정보 유출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불공정한 이용 약관을 두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앞서 쿠팡은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모든 불법적인 접속 또는 서버의 불법적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손해 등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지난해 이용약관에 추가한 사실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 부각돼 논란을 일으켰다.

공정위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이 이와 유사하게 소비자의 권리를 제약할 여지가 있는 약관을 운용하고 있는지 점검해 시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