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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더 중요해진 문해력, 읽기가 답이다

쇼츠에 익숙한 청소년, 사실과 의견 구분 잘 못해

학교·부모·도서관 등 합심 독서환경 만들어 줘야

  • 강상도 시민기자
  •  |   입력 : 2026-10-07 12: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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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경험을 늘려 주는 데 있다. 사진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글이 너무 길어서 읽기가 힘들어요.”

“책이 너무 두꺼워서 읽기가 귀찮아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말을 어렵지 않게 듣는다. 읽을 수는 있지만 읽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 책보다 짧고 빠른 영상(쇼츠)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에게 이제 ‘읽기’는 어려운 인지 과정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도 읽기를 이야기해야 할까. 문해력이 중요한 시대에 읽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담고 있는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 자료에 따르면 학교에서 학생들이 접하는 긴 글의 경험에 주목하게 됐다. 한국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서 읽은 가장 긴 글의 평균 분량은 약 47쪽으로, OECD 평균보다 짧은 수준이었다. 또 100쪽을 넘는 긴 글을 읽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도 OECD 평균보다 매우 낮았다. 물론 이 결과만으로 우리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긴 글을 읽지 못한다고 단정 지울 수는 없다. 읽기는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문장을 읽고, 앞에서 읽은 내용을 기억하고, 서로 다른 정보를 연결하고,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문맥 속에서 추론해야 한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는 동안 우리는 단순히 글자를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끊임없이 사고화하고 관계를 만들어낸다.

읽는다는 것은 읽은 내용을 기억하고, 서로 연결하고, 질문하고,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 어휘와 배경지식이 쌓이고,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는 힘도 쌓인다. 반대로 읽기의 경험이 부족하면 긴 글을 만났을 때 쉽게 지치고, 모르는 어휘와 낯선 배경지식 앞에서 책장을 넘기는 일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의 차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읽기는 관계를 연결한다. 책 속의 인물과 나를 연결하고, 하나의 문장과 다른 문장을 연결하며,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생각을 연결한다. 그 연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인지, 무엇을 의심할 것인지, 어떤 의미를 받아들일 것인지 판단하게 된다. 읽기는 지식을 쌓는 일이면서 동시에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일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문해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PISA 2018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전체 읽기 성취도에서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의 읽기 평균점수는 515점으로 OECD 평균 476점보다 높았다. 그러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을 측정한 특정 문항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정답률이 25.6%로 OECD 평균 47.4%보다 크게 낮았다. 이 결과는 전체 읽기 능력과 별개로,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하나의 질문에 수많은 답을 만난다. 검색하면 정보가 나오고, AI에게 질문하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답이 돌아온다. 문제는 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을 믿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런 일은 인간이 하는 시간이다.

AI가 만들어 낸 문장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다고 해서 반드시 사실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AI 시대의 문해력은 ‘얼마나 빨리 답을 찾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보를 읽고, 출처를 확인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서로 다른 정보를 비교한 뒤 자신의 판단을 만들어 내는 힘까지 포함한다. OECD 역시 디지털 환경에서의 읽기를 단순히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평가하고, 여러 자료를 연결해 의미를 구성하며,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능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읽지 않는 청소년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

무조건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AI 사용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경험을 늘려 주는 것이다. 짧은 글에서 시작해 조금 더 긴 글로 나아가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택하게 하고, 읽은 내용을 친구와 이야기하고, 한 문장이라도 자기 생각으로 남겨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AI 역시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언제 사용하고, 무엇을 확인하며, 어디까지 도움을 받을 것인지 배우는 문해력 활용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독서환경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경험,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을 기록하는 경험, 친구와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읽기의 감각이 만들어진다. 교실과 학교도서관, 가정이 함께 이러한 시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학교와 가정이 합심하여 초등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스스로 고른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지도한다.

AI는 질문에 빠르게 답해 주는 시대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이 다시 읽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답을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읽고, 이해하고, 의심하고, 판단하는 힘이다. AI가 더 많은 답을 만들어 낼수록 우리는 더 깊이 읽어야 한다. 읽기의 힘은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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