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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제구 ‘연산동 고분군’은 삼국시대 진한 계열 소국인 거칠산국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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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 가을바람이 분다. 배낭을 메고 배산 둘레길을 걸었다. 배산은 해발 고도 250m의 낮은 산이지만, 부산 연제구 동래구 해운대구 수영구 남구 등 부산 시내 일원을 조망할 수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산답게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이어진다. 주민 운동시설은 정상 부근까지 설치돼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39호인 연산동 고분군이다. 완만한 구릉의 능선을 따라 18기의 봉분(封墳)이 일렬로 배치돼 있고, 경사지에는 1000여 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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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산동 고분군 안내판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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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부터 2013년까지 7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한 결과, 지금까지 조사된 영남지역 삼국시대 고분군 중 가장 규모가 큰 수혈식 석곽묘(구덩식 돌덧널무덤)가 확인됐다. 총 370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대표적 유물은 굽다리 접시, 목 긴 항아리, 짧은 목 항아리, 오리 모양 토기, 독 등 토기류와 쇠창, 쇠손칼, 쇠화살촉 등 무기류, 쇠낫 쇠도끼 등의 농기구가다. 삼국시대 무덤에서 갑옷과 투구가 나온 첫 고분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연산동 고분군은 삼국시대 무덤 축조기술을 알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석곽 내부를 점토로 발라 마감 ▷빗물이 석곽 내부로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부엽공법 이용 ▷마사토를 이용하여 연약 지반을 강화하고 봉분의 하중을 분산 ▷ 봉분을 견고하게 쌓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점토 덩어리 사용 ▷거대 뚜껑돌 이동을 위한 목재 사용 등이다.
연산동 고분군은 신라와 가야의 고분 축조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고, 출토 유물도 부산 지역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물과 신라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물이 함께 출토돼 고대사와 고대 문화 연구를 위한 중요한 유적으로 주목된다.
부산시는 연산동 고분군을 1972년 기념물 제2호로 지정했다. 2010년대 경북 경주나 경남 김해 고분군처럼 깔끔하게 정비됐다. 정부로부터 유산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6월 30일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됐다.
연산동 고분군은 거칠산국(삼국시대 초기 현 동래와 연산 지역 일대에 자리 잡고 있던 진한 계열의 소국)의 존재를 보여준다. 대형 고분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배층이 가야에서 신라로 넘어가는 역사를 보여준다. 1500년 전 부산 땅에서 성장했던 지배 세력의 권력과 군사력, 가야에서 신라로 이어지는 부산의 고대사를 볼 수 있는 거대한 역사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거칠산국이 탈해 이사금의 부하인 거도에 의해 복속된 것을 감안하면 일찌감치 신라의 일부로 편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신라의 영향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이 지역 수장들의 영향력이 오래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중요 유물은 부산박물관 동래관, 복천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이 곳에서 출토된 유물 중 일부가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되어 일본으로 반출,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연산동 고분군 출토 유물 중 대부분은 부산박물관에 수장돼 있다. 일부는 전시 중이다”고 말했다. 시가지 코앞에 있는 고분군을 마실 삼아 거니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동래구 복천동에도 거칠산국의 고분군으로 추정되는 무덤들이 있다. 복천동 고분군은 사적 제273호다. 이 고분군은 4세기에서 6세기까지 조성된 200여 기 이상의 무덤으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