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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회장 공사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는 ‘블루 쓰나미’가 펼쳐졌다. 상원(총 100석)에서는 개표 결과 민주당이 4일 현재 54석을 확보, 과반을 벌써 넘겼다.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전체 435석 중 과반(218석)을 훨씬 뛰어넘는 240석을 이미 확보해 남은 개표 결과에 관계없이 4년 만에 하원 주도권을 가져오게 됐다.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상·하원을 한꺼번에 탈환한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주지사 등 지방선거도 함께 치러졌는데, 이 역시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특히 ‘보수의 심장’ 텍사스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과 주지사직을 동시에 가져와 최고 이변을 연출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기본적으로 ‘정권 심판’ 성격이 강해 여당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이 정도로 역대급 참패를 기록했다는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지속되는 고물가 부담이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식료품 주거비 등 물가 전반을 끌어올린 게 결정타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이후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있다.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트럼프 2기 후반부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인해 급격한 레임덕이 예상된다.
미국 정치 상황 변화에 맞춰 우리 정부는 통상·안보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관세나 전쟁 등 종전 기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재량권이 큰 외교·통상 분야에서 도리어 폭주하며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가 끝난 이상 ‘중간선거까지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던 공언을 지킬 필요가 없어져 대이란 공습을 재개하거나, 물가관리 부담이 줄어 관세 공세를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에 표적 관세를 매기거나, 총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빠른 추진을 압박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와 같이 동맹국 등 만만한 외부 때리기로 비난을 분산하고, 내부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을 택할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안보 역시 불확실성이 확대된다. 핵 비확산 원칙을 중요시하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는 견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역시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깜짝 반전을 노릴 가능성에도 ‘한반도 당사자’로서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미 행정부는 물론 의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산적한 난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불안정했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국익을 챙기는 실리·실용외교의 깃발을 다시 세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