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45일만 열던 중광정해수욕장
- 郡, 박준규 씨 아이디어 적극 수용
- 입소문 타고 인기 해변으로 활력
- 올해 140만 찾아… 서퍼숍 102개
- “바다에 와야하는 이유 만들어야”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성의 개발가이자 사업가다. 기존에 묻혀 있던 지역적 자산은 로컬 크리에이터의 손을 거치면서 강화된다. 이는 곧 외지인을 끌어들이는 동인이 되고, 지역 경제는 새로운 활력이 생긴다. 이런 선순환 사례를 찾기 위해 국제신문은 특별할 것 없었던 바닷가에서 ‘서핑의 성지’로 재탄생한 강원도 양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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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 서피비치를 거닐고 있는 20대 남성들. 서피비치는 양양을 서핑 성지로 만든 대표적인 로컬 비즈니스다. 강원 양양=박호걸 기자 |
양양이 처음부터 젊은이로 넘실대는 ‘서핑의 성지’였던 것은 아니다. 인구 2만7000명의, 송이버섯과 연어로 약간의 유명세가 있는, 별다를 것 없는 어촌 중 하나였다.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 있긴 했지만 관광객은 양양보다 콘텐츠가 많은 속초나 강릉으로 향했다.
이런 양양을 바꾼 건 로컬 크리에이터 박준규(사진) 서피비치 대표다. 강원 평창 출신인 박 대표는 카드회사 직원이었는데, 2011~2013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스마트비치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그때 부산에 살며 바다와 주변의 상권과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지 배웠다. 사람들이 바다에 오고 돈을 쓰는 모습을 보고 든든한 ‘백’이 생긴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의 경험은 박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해변을 콘텐츠로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가 됐다.
퇴사 후 박 대표는 양양 중광정해수욕장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양양을 비롯한 강원도의 바닷가는 연간 45일간 해수욕장 개장기간만 활용됐다. 하지만 서핑장비는 인명구조 장비로 분류돼 서핑을 활용하면 해변의 활용 기간을 크게 늘릴 수 있는데 착안했다. 특히 중광정해수욕장은 물이 얕고 모래를 맞고 파도가 서는 넓은 직선형 해변으로, 서핑에 적합했다.
양양군에 찾아가 사업 구상을 밝혔다. 양양군도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을 걱정하고 있던 터라 박 대표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다만 이곳은 군사 경계지역으로 양양군을 비롯해 해양수산부 군 등 여러 곳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양양군에서 ‘불법만 아니면 뭐든 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협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허가 과정에 5년이 걸렸다.
2015년 중광정해수욕장에 서피비치가 첫 발을 뗐다. 당시에는 철조망이 있어 군인이 문을 열어줘야 했다. 입소문을 타고 서퍼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고, 대기업이 서피비치에서 대규모 파티를 열었다. 점차 철조망이 줄어들더니 2022년 전체가 철거됐다.
서피비치가 양양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속초와 강릉으로 가던 관광객이 양양으로 오게 됐다. 서피비치가 바로 옆 KT기지국을 통해 자체 집계한 결과 올해 8월까지 140만 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서피비치 이후 양양에서 서핑을 하는 백사장이 5개로 늘었다. 이전에는 한 곳도 없던 서핑숍은 현재 102개가 됐다. 이 일대 하조대해수욕장과 서피비치 상권만 보면 기존에는 서핑숍은 10곳이고, 3곳 뿐이던 음식점이 20곳으로 늘었다. 민박을 포함한 숙소도 20여 곳에서 배 이상 늘었다. 박 대표는 “지역 기여가 포함돼야 로컬 창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업이 지역과 주민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알려야 한다. 서피비치는 이런 점을 담은 소식지를 매월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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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피비치 내 웨이트존. 강원 양양=박호걸 기자 |
서피비치는 변화를 통해 양양 바다에 와야 하는 이유를 더한다. 이곳도 처음에는 서핑 파티 파라솔 뿐이었지만, 지금은 서핑존을 비롯해 칠링존(chilling zone·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곳) 태닝존 요가존 웨이트존까지 5개의 주간 콘텐츠를 운영한다. 현재는 직선형 해변인 이 일대 해수욕장의 특징을 활용한 비치러닝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천은 투자다. 서피비치 직원에게는 연간 두 달간의 유급 휴가가 주어지는데, 이때 인도네시아 발리로 간다면 항공료를 지원한다. 선진 해변의 콘텐츠를 배워 끊임없이 변화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세계 바다의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한다. 신규 콘텐츠를 도입함으로써 방문객에게 우리 해변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로컬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양양에만 5개 면, 130개 리가 있다. 로컬리즘을 확대하려면 지역 자원에 대해 공부하고 여행자원화하는 게 필수”리며 “여행연구소, 로컬창업교육센터 등을 활용해 무궁무진한 지역 자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