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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부산 야구장 미래는 <2> 사직 재건축vs북항 돔

  • 임동우 기자 help@kookje.co.kr
  •  |   입력 : 2026-09-20 18:51:12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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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의 새 야구장 건립을 두고 역사성을 지닌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랜드마크가 될 북항 돔 구장 건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맞선다. 사진은 경기가 진행 중인 사직야구장(왼쪽)과 AI로 생성한 북항 돔 구장. 국제신문DB
- 여론과 다른 사직구장 부실 용역
- 정해둔 결론인 개방형으로 추진
- 3년 쓸 대체구장에 500억 허비

- 북항 공연장 기능 더해 복합개발
- 건립비만 1조… 부지 비용 걸림돌
- 동래구 주민·정치권 반발도 숙제

지난 7월 전재수 부산시장이 취임한 뒤 부산시는 앞서 추진하던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 대신 북항 돔 구장 건립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역사성을 지닌 사직구장 재건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북항 돔 구장을 지어 ‘야구 도시 부산’에 걸맞은 새로운 랜드마크를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졸속’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박형준 전 시장 재임 때 확정됐다. 사업 추진 결정까지 행정 절차는 부실과 물음표투성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직구장 재건축의 밑그림인 기본 계획 용역이다. 용역을 맡은 A 업체는 시민 여론 등을 근거로 사직구장 재건축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시민 여론과 상반된 내용을 결론으로 냈다. 용역사가 시행한 시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돔 구장 건립을 지지했다. 용역사는 별다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시민이 개방형 구장을 원한다는 내용으로 시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용역사의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의 배경은 시 과업 지시서 영향이 크다. 용역을 발주한 시는 현재 사직구장 철거 비용을 포함해 새 경기장 건립까지 추정 공사비를 2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추정 공사비에 맞는 결론은 개방형 구장이 유일했다. 결국 A 업체는 시민 요구와 상반되는 결과를 냈다. 시는 비정상적인 용역을 승인했다.

시는 용역을 토대로 사직구장 재건축으로 새 야구장 건립 방향을 잡았다. 출발부터 꼬인 사업은 추진 내내 혼선투성이였다. 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사직구장 재건축에 필요한 국비 확보 방안으로 문화체육부 공모 사업에 응모하면 된다고 안내돼 있다. 정부의 다른 구단과 지자체 지원 사례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사업을 주도한 체육정책과는 용역 결과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지 않았다. 당시 업무를 맡았던 실무자는 시가 필요로 하는 액수의 국비를 확보할 수 없다고 오판했다. 팀장 과장 국장이 결재 전 용역 결과 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시가 공모 사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는 뒤늦게 판단 착오를 알아차렸지만 무리수는 이어졌다. 시는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을 위한 정부의 2025년 4월 중앙투자심사에 국비를 확보하지 않은 채 한 것처럼 제출했다가 탈락했다. 시는 지난해야 문체부 공모 사업으로 국비를 확보하고 중앙투자심사도 재수 끝에 통과할 수 있었다.

■대체 구장이라는 ‘블랙홀’

시 구상대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새 야구장을 짓는 동안 임시로 사용할 구장이 필요하다. 시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새 사직구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3년간 대체 구장을 사용할 구상이었다. 여기에 약 2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축구장을 야구장으로 바꾸는 일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흰색 지붕막으로 반쯤 덮여 있어 타구가 공중으로 치솟으면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알 수 없다. 시는 지붕막에 조명을 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지만 현실성은 미지수다.

지붕막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가변 좌석이 설치될 예정이라 관중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재원도 문제 중 하나다. 시 추산과 달리 스포츠계에서는 대체 구장 마련에만 4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육상 트랙 복구 비용까지 포함하면 3년을 쓰고 허물 경기장에 시민 세금 500억 원을 허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없애버릴 대체 구장이 필요하지 않은 제3의 부지에 새로운 형태의 경기장을 짓자는 여론이 비등하다.

■북항 돔 ‘랜드마크’ 가능성 충분

전재수 부산시장은 과거 국회의원일 때부터 북항 돔 야구장 건립을 주장해 왔다. 폭염과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장 선거에 당선된 뒤 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북항 돔 구장 건립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시는 돔 구장 TF를 만들어 가능성 등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 방식과 국가 공모 사업 응모를 준비 중이다. 정부가 10월에 공모 사업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 우선은 공모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추후 돔 구장 건립과 숙박시설·아레나가 가능한 공연장 기능까지 넣는 방향인 복합개발 형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구와 동구지역 국회의원도 적극적이다. 강철호 동구청장은 “새 야구장은 북항 돔 구장이 최선의 안이다. 돔 구장을 단순 경기장으로 보면 안 된다. 도시 인프라로 여겨야 한다. 부산에 북항을 제외하고는 확장성이 있는 부지가 없다. 앞으로 시와 손발을 맞춰 현안을 풀어가겠다”며 “야구와 공연이 모두 가능한 돔 구장이 북항에 건립되면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낙후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규택 의원도 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곽 의원실 관계자는 “시의 구상대로 북항 돔 구장 건립에 이견이 없다. 지금까지 야구장 건립을 두고 쓸데없는 행정력 낭비가 심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추후 돔 구장 건립 등에 국비 확보가 필요하면 시와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재원 확보와 동래구 반발 넘어야

돔 구장 건립에만 약 1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숙박시설과 쇼핑몰 등 복합 개발을 위해서는 최대 3조 원의 돈이 들 수 있다. 복합 개발에 가장 큰 난관은 부지 확보다. 시가 북항 부지를 사서 경기장을 짓고 개발을 하려면 수조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항만공사법 개정으로 항만공사가 직접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항만공사가 북항 복합 개발 주체로 뛰어들면 시 재정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숙박시설과 쇼핑몰 건립은 민간사업자 몫이다. 시가 항만공사와 합리적인 부지 활용 방안을 도출하면 북항 돔 구장 건립은 재정 부담을 털어내고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항만공사는 최근 법 개정에 발맞춰 시와 복합 개발을 두고 협의에 나설 의사가 뚜렷하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시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항만공사가 먼저 움직이기는 어렵다. 시가 사업 계획안을 마련해 온다면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항 돔 구장 건립을 위해서는 사직구장이 있는 동래구 주민과 상인 설득도 중요하다. 특히 지역 정가 반발이 크다. 동래를 지역구로 둔 서지영 국회의원은 지난 7일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에서 전 시장이 해수부 장관 때 한 북항 돔 구장 발언을 두고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전 시장을 고발했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한 시의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송우현 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은 “부산시는 과거에도 북항에 야구장 건립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시는 사직구장 재건축을 위해 국비 299억 원을 받아왔다. 국비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향후 국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돔 구장이 필요하면 현 사직구장을 돔으로 지으면 될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북항 돔 구장 건립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주목한다. 동의대학교 김종백(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북항 돔 구장 건립을 도시 개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직구장 재건축은 경제·문화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북항 돔 구장은 랜드마크 건립을 넘어 지역의 관광 문화 상업 등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북항 돔 구장을 건립하되 이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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