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으로 부산 모 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B 씨는 최근 선거에 사용할 '로고송'을 선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자신이 사용하려 한 곡 대부분을 상대 후보들이 이미 선점해버렸기 때문이다. B 씨는 하는 수 없이 유행이 좀 지난 트로트 음악 두 곡을 골라 자신에게 맞게 개사했지만 선거 기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자들 간 로고송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로고송이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유세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인기 곡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약'이 끝난 상태다.
로고송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97년 15대 대선으로 당시 김대중 후보는 문희옥의 트로트 곡 '성은 김이요'를 절묘하게 개사해 로고송으로 사용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대부분의 선거에서 정당 차원에서 로고송을 만들었고, 후보자별로도 인기 있는 노래를 개사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다.
상황이 이렇자 인기 가수의 제작사들은 선거 때마다 막대한 저작권료 수입을 올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장윤정, 박상철, 박현빈 등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 반면 후보자들이 선호하는 곡이 한정돼 있어 이를 선점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황진이' '오빠만 믿어' '장윤정 트위스트' 등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 시즌'을 맞아 윤도현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 등 응원가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처럼 로고송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비싼 저작권료 때문에 로고송을 아예 제작하지 않거나 당의 로고송을 그대로 받아 쓰는 사례도 적지 않다. 로고송은 노래와 선거의 종류별로 저작권료가 다르게 책정되는데 구의원 선거의 경우 저작권료와 제작비용을 합쳐 곡 당 평균 100만 원, 시의원은 200만 원, 구청장은 300만 원 수준이다. 구청장 후보가 로고송 3~4곡을 사용할 경우 제작비만 1000만 원을 훌쩍 넘기게 되는 것이다.
시의원 후보 C 씨는 "법정 선거비용이 5500만 원 수준인데 로고송 서너 곡을 사용하면 1000만 원이 넘어 엄두를 내기 힘들다"면서 "중앙당이 사용하는 로고송을 그대로 받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