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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한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7일 저녁 서울 세종로 청사를 떠나며 배웅나온 교육부 간부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7일 저녁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임명장을 받은 지 꼭 사흘만이다. 역대 교육부 수장 중 최단명이다. 이처럼 스스로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초 도덕성 시비에서 비롯된 의혹이 재산은폐에다 거짓말 논란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교육·시민단체뿐 아니라 야당과 여당 일부 의원들까지 사퇴압력에 가세한 상황을 더이상 버티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8일 총리와 상의후 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사태는 되돌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눈덩이 의혹=전날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부총리의 청빈함을 강조하면서 "집 한채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전개된 사태는 이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참여연대는 이날 이 부총리가 여성부 1급 공무원인 부인과 함께 지난 2002년 신고한 재산액수를 비교·검토한 결과, 똑같은 신고치에서 무려 2722만4000원이나 차이가 났다며 재산 부실신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이 부총리가 삼성의 기업도시가 들어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수십억원대의 토지와 서울 강남에 10억원대의 아파트 등을 소유한 '부동산 재력가'라고 거들고 나섰다.
이에 앞서 서울신문은 이날자 보도를 통해 이 부총리가 자신 소유의 수원 노른자위 땅에 지어진 신축 건물을 장남 명의로 등기해 재산을 '고의 은폐'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과정에 증여세 포탈 및 부동산 실명제 위반 혐의까지 제기했다.
여기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미국서 직장을 다닌다던 이 부총리의 장남은 LG전자에서 중간간부로 재직하면서 국내에서 주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부총리의 장남은 특례입학 대상이 아닌데도 지난 1986년 연세대에 정원외 특례 입학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마침내 사퇴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교육정책=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지금 우리는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 일류경제로의 도약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나 정부혁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대학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노 대통령은 "대학은 산업"이라고 강조했고, 특히 이공계 대학의 교육 개혁을 강조했다. 이같은 과제에 가장 적임이라고 판단됐던 이 부총리의 도중하차로 대학개혁은 첫걸음부터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 수장의 잦은 교체로 인한 정책의 일관성 유지도 문제다. 이 부총리를 포함, 2년도 채 안되는 집권기간 동안 모두 3명이 낙마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장관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안정감과 균형감,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장관이 자주 교체되면 정책 일관성에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도덕성이 강조되는 교육부총리가 이런 문제로 도중하차함에 따라 교육부의 영이 설지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차재원기자 jwh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