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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도 희끗희끗 -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북한 김정일(왼쪽) 국방위원장과 7년후인 2007년 10월2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모습. 연합뉴스 |
7년 만에 다시 남북정상회담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예상 밖으로 노쇠하고 무표정해 눈길을 끌었다. 2일 낮 11시55분께 노무현 대통령 공식환영식이 열린 4·25문화회관 광장에 얼굴을 내비친 김 위원장의 모습은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 평양 순안공항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마중나와 환하게 웃으며 감격적인 포옹을 연출했던, 열정적인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연한 갈색 점퍼차림에 안경을 낀 모습으로 나타난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무개차에서 내려 자신이 서 있는 붉은색 카펫으로 7~8m를 걸어오는 동안 노란줄을 그은 위치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서서 기다렸다.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악수를 청할 법도 했지만 김 위원장은 두 다리를 어깨 너비만큼 벌리고 두 팔은 그대로 내린 채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듯한 자세로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으며 포옹 없이 악수만 건넸다.
특히 노 대통령을 안내해 의장대 사열을 받고 평양시민들에게 답례를 보내는 의전행사 과정 내내 김 위원장의 얼굴은 무뚝뚝할 정도로 무표정했으며,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이처럼 다소 딱딱하고 무표정해 보이는 자세와 관련, 전문가들은 노구의 몸을 이끌고 평양을 찾아왔던 김 전 대통령은 자신보다 연장자였지만 노 대통령은 네 살이나 아래라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러 가지 물질적 호의를 건넸던 김 전 대통령과 투명한 정상회담을 외쳐온 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다를 수 있고, 회담의제도 무겁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한 당국자는 "만나는 것 자체 만으로 대단한 이슈였던 2000년 정상회담 때에 비해서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회담이 실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김 위원장의 복부 비만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양 옆 머리가 다소 허옇게 센 데다 머리 윗부분이 빠진 듯 보였고 얼굴에도 주름살이 많이 늘어 상당히 노쇠하고 병약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