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의 당사자인 정두언 의원에 대해 '가시적 조치'를 요구하면서 정 의원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실상 탈당을 권유한 것으로 보여 정 의원의 결심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개최한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정 의원이 검찰 수사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7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가시적으로 그런 것을 보여달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변인은 "그것이 잘 안됐을 때는 당으로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특단의 조치를 시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 의원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출당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출당밖에 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1일 본회의 표결 결과 상당수 당소속 의원이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부적절했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당시 본회의 표결 결과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전략적 실패이지, 정 의원의 잘못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쇄신파 의원들이 의원실을 직접 찾아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부당성을 설명했는데 일리가 있었다"며 "하지만 원내 지도부는 가결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고, 무조건 가결만 강요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 의원이 자신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했던 남경필 김용태 의원 등과 세력을 규합해 비박(비박근혜)의 중심에 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더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