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오바마가 무대를 장악했다."(MSNBC)

16일 밤(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 2차 TV토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밋 롬니 후보에게 `우세승'을 거둔 무대로 평가됐다.

`완승'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첫 TV토론에서 당한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계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롬니 역시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등 보이지 않는 성과를 거뒀지만 오바마의 준비된 대공세에 가려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CNN이 2차 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이겼다'는 응답은 46%로 롬니(39%)보다 7% 포인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토론을 잘했다'는 응답에서도 오바마가 73%로 롬니(37%)를 압도했다.

`예상보다 토론을 못했다'는 부정적 반응은 롬니가 28%로 오바마(10%)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이날 2차 토론에서 오바마가 발언한 시간은 44분4초로 40분50초의 롬니보다 3분 이상 길었다.

CBS 방송도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오바마의 승리로 결론 내렸다. `오바마가 이겼다'는 응답이 37%로 30%의 롬니보다 7% 포인트 많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첫 토론회 직후 실시된 조사에선 CNN의 경우 67% 대 25%, CBS의 경우 46% 대 22%로 롬니가 더 잘했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첫 토론 직후 롬니에 호평 일색이었던 여론이 다시 오바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차 토론의 결과를 놓고 미국 언론은 오바마의 공세가 주효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MSNBC 방송은 "오바마는 작심하고 처음부터 공세로 나왔다"며 "모든 기회를 롬니 공격에 활용했다"고 말했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오바마는 시작부터 끝까지 에너지가 넘치고 공격적인 자세로 롬니를 때렸다"며 공격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롬니를 `부자들의 꼭두각시'로 일컫는 등 1차 토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오바마는 롬니의 발언 도중에 끼어들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말로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고 했다. 롬니가 말할 때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도 지었다.

첫 토론 때 `숫자'를 동원한 롬니의 공격에 허를 찔려 엉뚱한 곳을 쳐다보거나 "그리고"를 연발하던 불안한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2차 토론 승리로 롬니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지만 긴장을 풀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롬니가 1, 2차 토론을 통해 그의 정책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했다는 점이 오바마로선 뼈아픈 대목이란 것이다.

2차 토론 후 CNN 조사에선 `외교 면에서 누가 더 분명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는가'라는 질문에 롬니라는 응답이 49%로 오바마(47%)보다 더 많았다. 그전만 해도 외교 분야는 롬니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고 있었다.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일단 표면적으론 오바마가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등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며칠은 지나봐야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