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촉구하는 촛불22일 밤 서울 보신각 앞에서 시민들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촛불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15대 0

- 17명 중 15명 '文 우세' 평가
- 2명은 "우열 가리기 어렵다"
- 文, 준비된 이미지 등 호평
- 단일화 지나친 집착 아쉬워
- 安,전문가적 소양 돋보여
- 상대 주장에 인색·경직돼

# '재미'는 떨어져

- 토론보단 인터뷰 같은 느낌
- 무미건조·답답한 장면 많아

# 정책 차이도 드러내

- 安, 재벌개혁 단호함 분명
- 文, 외교·안보공약 구체

지난 21일 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회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안정감'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논리'를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국제신문 대선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PUK) 대학교수 17명은 22일 "문 후보의 국정 운영 이해도가 높았다. 반면 단일화 협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여준 점은 아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는 신중함과 논리를 보여줘 전문가적인 소양을 갖춘 후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어눌한 말투와 토론회 내내 자료를 보느라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문단 17명 중 15명 문〉안

대선 자문단 17명 중 15명은 문 후보의 토론이 상대적으로 나았다고 응답했다. 2명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했다. 동의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시기 국정 운영 경험을 부각한 문 후보가 다소 앞섰다. 단일화 협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은 아쉬웠다"고 평했다. 그는 또 "안 후보는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을 보였지만, 논리 전개가 문 후보에 비해 분명해 전문가적 소양을 갖췄다는 인상을 줬다"고 덧붙였다.

부경대 김창수(행정학과) 교수와 동아대 최형림(항만물류시스템학과) 교수는 "문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워 토론을 주도했다. 안 후보는 논리적인 언변을 구사했으나 지나치게 신중해 단호한 '개혁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동의대 김치용(영상정보공학과) 교수와 부경대 이정윤(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문 후보는 모든 분야를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안 후보는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는 인색했다"고 지적했다. 신라대 최선화(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부경대 서재호(행정학과) 교수는 단일화에 대한 두 후보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단일화에 대한 시각차가 확인됐다는 점 ▷정책과 공약의 강점과 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고 했다. 동아대 이재기(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동서대 배수한(국제학과) 교수는 "토론이라기보다 인터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답을 읽는 정도로 무미건조하고 답답한 장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영산대 이원일(행정학과) 교수는 "문 후보는 준비를 많이 한 범생이 느낌이며, 안 후보는 준비 안한 수재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두 후보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한 교수들도 있었다. 울산대 김현준(경영정보학과) 교수, 경남과학기술대 윤창술(전자상거래무역학과) 교수와 부산대 이상봉(민족문화연구소) 교수는 "토론에 참가한 두 후보 모두 멋진 토론을 벌였다. 두 후보 모두 각자 스타일을 잘 살렸다"고 호평했다.

■문 '단호' 안 '점진적'

이날 토론에선 국회의원 정족수·출자총액제·반값 등록금이 주요 이슈였다. 문·안 후보는 '새 정치 공동 선언문'에 명시된 '의원 정족수 조정' 문구 해석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보였다. 최형림 교수는 "정치의 축소를 주장하는 안 후보보다 정치 기능 회복을 주장한 문 후보의 정책이 더 와 닿았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에 대해 김창수 교수는 안 후보의 계열분리명령제와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금지 공약이 문 후보의 순환출자금지 공약보다 단호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동명대 이강혁(게임공학과) 교수는 "유권자가 재벌개혁에 대한 문 후보의 다소 급진적인 입장과 안 후보의 점진적인 공약을 비교할 기회가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문 후보의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 공약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오히려 안 후보의 단계적 실천 방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외교·안보 부문에선 문 후보가 단호하고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반면 안 후보는 다소 불분명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형림 교수는 정책의 구체성과 대안 제시에서는 문 후보가 나았으나 실현 가능성은 안 후보가 우세했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에는 안 후보가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성대 이종문(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양측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신라대 강경태(국제관계학과) 교수와 동아대 임상택(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토론회만 보면 문 후보는 (단일화를) 잘하려고 하는데 안 후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후보가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