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호하고 격앙된 몸짓·어투
- 결연한 의지로 야당에 압박
- 배석한 참모진도 내내 긴장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인 4일 야당의 정부조직법 개정 반대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대통령 자신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결연한 표정으로 주요 발언 대목마다 주먹을 쥐거나, 발언대를 두드리는 등 대선 유세과정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단호한 몸짓과 어투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북한 핵실험과 글로벌 경제위기→정부조직법 통과 지연에 따른 국정 차질→쟁점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당성→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한 국민의 지지호소로 구성됐다. 전체적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야당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양보를 촉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먼저 정부조직법 개정 지연에 따른 국정 차질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큰 걱정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밝혔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는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면서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 약속드릴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충정의 마음을 정치권과 국민들이 이해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시급한 과제라며 "(야당의 주장대로 방송 부분을 뺀다면)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이 지연되면)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지 국민의 권리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읽는 10분 동안 수차례 발언대를 두드렸고,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신념을 밝힐 때는 격앙된 목소리로 주먹을 불끈 쥐거나 가슴을 치기도 했다. 짙은 초록색 재킷에 회색바지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를 밝히는 동안 배석한 허태열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수석비서관 등 참모진은 긴장을 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