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직접 회견 나와 야당 비판
- 의혹 해명 대신에 허 찔러

- 靑 "조국에 헌신하려는 사람 돌아가지 않도록 지켜줘야"
- 민주 "잘 짜인 각본 냄새 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사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중국적 및 테마주 의혹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활동경력, IMF 시절 한국에서의 부동산 매입, 한국벨연구소 설립과정에서 기술이전을 봉쇄한 계약내용 등의 의혹들이 청문회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런 의혹들이 전격 사퇴로 이어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권의 난맥상, 특히 야당의 비협조를 사퇴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시점과 방식을 볼 때 김 후보자가 '사퇴하더라도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우선 김 후보자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1시간 전에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그것도 정치권, 특히 야당을 비판하면서다. 곧이어 발표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맞물려 야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가중될 수 있는 타이밍이다.

이와 함께 사퇴한 다른 공직후보자들이 간단한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김 후보자는 국회 정론관에서 직접 사퇴를 발표했다. 이 같은 방식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성이 읽힌다.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대신 예상치 못했던 '사퇴' 카드를 꺼냄으로써 의혹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야당의 허를 찌르는 효과를 가져온 것도 분명해 보인다.

김 후보자의 사퇴 선언 이후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이 유감을 표시하면서 "김종훈 씨는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미래창조를 위한 핵심으로 직접 설득해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사람", "이런 인재들의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가 피해를 본다", "다시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온 분들이 돌아가지 않도록 지켜주기 바란다"는 등의 언급을 내놓은 것도 다분히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이 당장 '할리우드 액션'이라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도 이같은 의도를 읽었기 때문일 수 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단순 보도자료 배포로 사퇴를 알린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과 달리 느닷없이 국회까지 찾아와 남 탓의 장광설을 늘어놓고 간 그의 태도에서는 잘 짜인 각본의 냄새마저 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사퇴 하루전인 지난 3일 박 대통령에게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윤 대변인은 이날 "어제 대통령께서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만류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