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이 사라진 이른바 '사초(史草) 증발' 논란에 대해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초 증발'은 여야가 책임공방을 벌이다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정쟁의 중심에서는 한발짝 벗어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성토하면서 장외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초 증발을 정면 비판할 경우 반발강도가 한층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박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실제로 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즉각 "국정원의 개혁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이 먼저"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변화' '새로운 도전'이라는 발언을 수 차례 반복한 부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초 증발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일"로 원전비리, 고위 공직자의 탈세 결탁 등을 거론했다. 이는 사초 증발을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수 십년 축적돼온 잘못된 관행'의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이 아닌 실체적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원 대선개입 등을 문제삼는 야당에 대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부각시켜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약화시키겠다는 뜻도 녹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이 '사초 증발'이라는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명분으로 거리로 나선 데 대해 부정적인 청와대의 인식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2기 참모진을 출범시킨 박 대통령의 향후 정국운영 구상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생경제 살리기 등 국정현안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도 야당의 명분없는 투쟁에 발목을 잡힐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를 위한 정치' '당익을 위한 투쟁'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짚고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사초 증발'을 작심비판하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