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대신 감정의 앙금만 남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3자회담의 후유증이 여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정기국회가 이미 시작됐지만 정국 정상화는 더 요원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자회담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한 민주당은 정기국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장외투쟁을 지속하기로 하고, 새누리당이 이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서 정기국회 파행이 추석 연휴를 넘겨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 이후 국정감사와 주요 민생법안 심의, 새해 예산안 심의 등 정기국회 주요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거나 졸속으로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연휴 하루 전날인 17일에도 3자회담 파국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또 충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도 장외투쟁을 계속하면서 민생법안 심의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투쟁과 강요로 일방의 의사를 관철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대화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민주당을 비판했으며, 최경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민주주의 위기'를 선언한데 대해 "오히려 국회의 위기"라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자 회담 결과를 언급,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을것"이라며 "보름달은 차오르는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고 강조했다.
전날 회담에 대해서도 "포장지는 근사했는데 선물상자 안에 국민에 주는 선물은아무 것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제1 야당 대표를 완벽한 노숙자로 만든 데 대해 국민 이름으로 분노하고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빈손 회담'의 책임 공방에 주력한 것은 한가위 민심의 위력을 실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례상 앞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추석 연휴는 전통적으로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고 민심의 척도가 마련되는 기간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점에서 여야는 명절을 앞두고 먼저 '밥상을 걷어찬' 모습으로 비치길 꺼리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서울역을 찾아 여론전에 주력했다.
황 대표와 최 원내대표, 김기현 정책위의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오전 서울역에서 박근혜 정부 6개월의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의 책자를 나눠줬다.
민주당도 김 대표와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오후 서울역을 방문해 국정원 사태를 주제로 한 전단을 제작해 배포하고 장외투쟁의 정당성에 대한 홍보에 나선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지도부도 오전 서울역에서 귀향객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펼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