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원내복귀로 정기국회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불편해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명 '몸싸움방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은 '해머 국회'의 오명을 씻고 '상생정치'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18대 국회 막바지인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해 다수당의 법안 강행처리를 차단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처리법안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요 법안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원천적으로 통과되기 어렵기 때문에 '식물국회' 우려와 함께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당시 여야 정치권은 4·11총선을 앞두고'정치쇄신'을 외치며 국회선진화법 처리에 의견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총선 직후인 4월25일 "총선 전 여야가 합의한 것이고 국민에게약속을 드린 것"이라며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 국회선진화법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바 있다.

법개정 1년반여만에 국회선진화법에 이의가 제기되는 것은 경제살리기와 민생난극복에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는데도,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하는 현재의 험준한 정국지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외투쟁 54일째를 맞은 민주당이 23일 정기국회 참여를 결정하면서 파행하던 정기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의 길을 찾았지만, 주요 법안에서 여야의 시각차가 적지않아 '산너머 산'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비롯해 전·월세 대책 등 민생법안이 과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추석 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을 '빈손'으로 끝낸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왔지만 여권의 정책에 대해 강한 제동을 걸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23일 "예산과 법안 처리 과정에서 어떤 것도 박 대통령과 여권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관계의 지속적인 길항 가능성이 커지자 새누리당에서는 이날 국회선진화법을 차제에 손질하려는 듯한 발언까지 터져나왔다.

물론 야당의 협조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주요 법안의 처리를 위해 선진화법을 개정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데서 가볍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선진화법을 악용하면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선진화법 수명도 오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선진화법 입법에 앞장섰던 황우여 대표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진화법은 그동안 잘됐지만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안처리가) 몇 년씩 끌 수도 있다"면서 "선진화법을 '효율화법'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 있다. 법 개정으로 해결한다기보다는 날짜 등이 잘 지켜지도록 보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의 국회선진화법 악용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 같은 움직임을 비판했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여야 간 입장이 다른 사안에 대해 서로 타협하고 조정하겠다는 것이 국회 선진화법 취지"라면서 "마치 야당이 국회 선진화법에 기대서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 듯한 얘기를 (새누리당이)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 같은 주요 장치를 한 차례도 시행해보지 않고 상황논리를 앞세우며 법개정을 거론하는 것 역시 정치권이 '정치쇄신 공약'을 스스로 뒤집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