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위·정무위 전체회의 무산
- 일정 보이콧 장외투쟁 주장도
민주당은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대여 투쟁의 강도를 끌어올렸다.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제 도입 및 국정원 개혁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자는 야당의 요구에 뚜렷한 화답 없이 국회에 공을 넘김으로써 경색 정국을 해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현안 인식이 여전히 야당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통해 야당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정부질문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및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을 대여투쟁의 카드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이 끝나자마자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여 규탄집회를 여는 등 행동에 들어갔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할 특검 도입과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촉구한 것이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무산된 것도 당내 격앙된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정연설에 대해 "특검, 국정원 개혁특위, 민생공약 실천의지가 없었다"면서 "대통령의 결단과 책임을 국회로 떠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남겼다"고 혹평했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대통령 말만 받드는 '식물정당'인 새누리당과의 합의 이야기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3선 이상 의원 24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시정연설에서 현 시국에 대한 원인진단도, 처방도,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대선개입 의혹 특검, 황교안 법무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19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을 대여공세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한길 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문제점을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민께 알리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원내 지도부가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의원들에게 박근혜 정부의 불통·교만·독선 문제를 반드시 한 건 이상 질문하라는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의사일정 연계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펴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정원 개혁 특위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의 투쟁전략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민주당은 특검을 받아들일 때까지 강경투쟁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협상 여지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편 박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지난 9개월 동안 줄기차게 온 국민이 제기했던 국민적 의혹에 대한 답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원내 제3당을 한순간에 위헌정당으로 몰아 헌법재판소에 해산시켜 달라고 청구했으며, 끝난 지 불과 1년도 안 된 대선에서 심각한 부정선거 의혹을 안고 있는 정권 치고는 그 내용이 한가하다 못해 한심하고 분노스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후퇴한 민주주의, 폐기돼버린 복지 민생에 대해 어떤 해법도 들을 수 없었다"면서 "소통과 책임이라는 것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불행한 정치의 정점이 바로 청와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