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전 국회의원은 4선의 중진에 친박근혜계 핵심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진작부터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30일 서 전 의원이 새누리당 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은 이 같은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적어도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다. 그러나 과정은 결코 순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 박민식 의원과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승부를 펼치면서 고전을 했다. 내부적으로 낙승을 기대했던 서 전 의원 캠프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했다고도 할 수 있다.

■힘과 경륜…적절한 승부수

이날 당원과 시민이 새누리당의 '대표 선수'로 서 전 의원을 선택한 것은 역시 경륜과 함께 안정감을 갖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 전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거치면서 정치적 무게를 쌓아왔고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 전 의원은 경선의 주요 고비 때마다 적절한 승부수로 위기를 헤쳐나왔다. 서부산권 등에서의 낮은 인지도로 고전하자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고, 시장 후보로는 유일하게 서부산권인 사하구에 경선사무소를 여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낙동강과 서부산권을 아우르는 '글로벌시티'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서부산권 구애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또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다시 한 번 당원과 시민에게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일련의 노력들이 어우러져 경선 승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도 서 전 의원에게 다소 유리한 국면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선거운동이 중단되면서 여론조사에서 앞선 권 전 대사 측의 '민심의 당심(당원의 표심) 전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의원 측도 선거운동이 1주일이 넘게 휴지기에 들어가면서 지지율 상승세 국면의 흐름이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당원 조직력에서 앞선 서 후보가 이득을 본 것으로 부산 정가에서는 대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본선 경쟁력 제고가 급선무

이처럼 서 전 의원이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거둔 수확이기도 하다. 이는 이날 경선에서의 득표 현황이 잘 말해준다. 현장 투표에서 서 전 의원은 1036표를 얻어 박 의원(956표)과 표 차이는 80표에 불과했다. 박 의원이 당원 투표에서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여론조사에서는 35.9%를 얻어 권 전 대사(44.1%)에게 8.2%포인트 뒤졌다. 결국 세 후보 모두 30% 대의 지지율을 얻어 승부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표 결과가 공개되자 서 전 의원 캠프에서는 오히려 긴장하는 모습이 감지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투표율이 60% 안팎까지 높았다면 박 의원이나 권 전 대사 측이 유리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현장 투표율이 49.4%에 불과,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은 서 전 의원에게 다행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당내 결선 결과는 본선으로 향하는 서 전 의원의 발걸음을 다소 무겁게 만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새누리당을 하나로 묶는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 전 의원은 '부유한 이미지'와 '개인적인 스킨십 부족' 등으로 경선 초기부터 애를 먹기도 했다. 서 전 의원이 정견발표에서 '힘있는 시장'을 외치면서도 '따뜻한 시장'을 강조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여기에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캠프를 어떻게 새롭게 변모시킬지도 서 전 의원 앞에 가로놓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