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국회 개회 첫날부터 충돌
- 靑 가이드라인 제시로 더 꼬여
- 野 반발에 與서도 볼멘 목소리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5월 임시국회 첫날부터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불가' 입장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차라리 합의를 파기하라"고 받아쳤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시 1702조 세금 폭탄'이라는 청와대의 직접 개입이 여야 운신의 폭을 좁히면서 5월 국회 처리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강 대 강' 대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국민의 (공무원연금) 개혁 열망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5월 2일 합의문을 존중하고 법안을 통과시켜 국민에게 신뢰회복의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5·2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문구를 명시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공무원 연금개혁 특위에서 합의한 대로 통과시키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제외한 국회 규칙을 만드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자는 게 지도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안의 의원총회 추인 여부에 대해 "의총을 거칠 필요도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언론인터뷰에서 "50%를 넣겠다, 또는 안 넣겠다고 의지를 표현할 때가 아니다"라며 "합의 이행이나 파기 선언 둘 중 하나 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50%인상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못박았다.

■'청와대 개입'에 더욱 난망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부딪치면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의 5월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상황이 더욱 꼬인데는 청와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에 대해 '월권'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격하게 반발한 데 이어 전날에는 '세금폭탄론'을 꺼내 들었다.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김태호 최고위원도 합의안을 이끌어낸 당 지도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당 지도부가 야당과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한 것이다.

청와대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야당은 당분간 강공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의 입장 발표를 거론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공격하는 행위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처형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미래를 상대로 하는 정쟁행위를 이제 멈춰달라"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어제 청와대의 발표는 매우 적절치 못했다"며 "유 원내대표에게 큰 재량권을 줘야 협상이 되는데, (청와대가) 딱 기준점을 제시해 버리니 매우 옹색한 처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쇄신파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는 원칙과 기준에 대해 의견 표명만 할 것이 아니라, 여당과 함께 야당과 140만 명의 전·현직 공무원을 설득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