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폭발사고를 조사한 합동조사단의 안영호 단장이 9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육군 1사단 TOD 영상 공개
- 흙먼지 치솟자 한꺼번에 넘어져
- 부상자 옮기면서 北 공격 대비
- 수색대원들 침착한 작전 빛나

- 北 지뢰매설 장면은 포착 못해

수색대원 3명이 쓰러진 군인 한 명을 부축하고 철책 통문 안으로 긴박하게 후송했다. 그때 갑자기 통문 바닥에서 5m를 훌쩍 넘는 흙먼지가 치솟고 부상자를 후송하던 대원들이 한꺼번에 뒤로 넘어졌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다리를 다쳐 바닥에 쓰러졌다. 이를 본 다른 대원이 급히 통문 안으로 들어와 그를 땅에서 끌며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넘어졌던 대원 2명은 정신을 차린 듯 다시 일어나 포복으로 땅을 기며 필사적으로 부상자를 후송했다. 나머지 장병들은 소총으로 전방을 겨누며 이들을 엄호했다.

육군 1사단이 10일 언론에 공개한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 영상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이 영상에는 1사단 수색대원 김모(23) 하사의 발목절단으로 이어진 2차 지뢰폭발 장면이 담겼다. 김 하사는 불과 5분 전 DMZ 내 추진철책 통문 밖에서 1차 지뢰폭발로 두 다리를 크게 다친 하모(21) 하사를 후송하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TOD로 DMZ를 감시하던 병사는 1차 지뢰 폭발음을 듣고 급히 TOD 방향을 사고 현장으로 돌려 2차 폭발을 촬영할 수 있었다. TOD 영상 속 수색대원들은 전우 2명이 잇달아 쓰러진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수행, 김 하사와 하 하사는 15분 만에 들것에 실려 GP(감시 초소)로 후송됐으며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28분 만에 군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앞서 육군 1사단은 지난 9일 군사분계선(MDL)과 440m 떨어진 곳에 있는 사고 현장도 언론에 공개했다.

지뢰폭발은 우리 군 수색대가 드나드는 추진철책 통문 바로 바깥쪽(북쪽, 1차 폭발)과 안쪽(남쪽, 2차 폭발)에서 발생했다. 수색대원의 발이 놓이는 곳에 지뢰가 묻혀 있었던 것이다. 목함지뢰가 빗물에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북한군이 우리 군 수색대를 겨냥해 매설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1사단 수색대는 지난달 22일에도 이 통문을 통과했으나 모두 무사했다. 북한군이 지난달 말 이곳에 목함지뢰를 파묻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목함지뢰 2개가 한꺼번에 터진 1차 폭발의 화구(폭발로 움푹 패인 곳)는 가로 117㎝, 세로 90㎝, 깊이 19㎝에 달했다.

한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응징대책으로 '혹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 실행 방안이 제한되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현장에서 북한제 목함지뢰 잔해가 수거됐지만, 이 지뢰를 북한군이 매설한 장면을 실제 포착하지 못해 추정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발 원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군이 천명해왔던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 타격' 계획은 이번에도 실행하기가 어렵게 됐다. 북한군이 매설했을 것이란 정황만 가지고 매설지점 930m 떨어진 북한군 GP를 타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런 제약 때문에 군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하는 대북 확성기(대형 스피커)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