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한명숙 의원이 20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추미애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대법관 8(유죄) 대 5(일부 무죄)
- 전직 총리 첫 옥살이 불명예
- 檢, 수감 위해 오늘 출석 요구
- 야 "공안탄압 중단" 여 "사필귀정"

첫 여성 총리를 지낸 한명숙(71)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일 대법관 8(유죄) 대 5(일부 무죄) 의견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소된 지 5년,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온 지 약 2년 만이다.

이에 따라 한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잃게 됐고, 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금품수수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옥살이를 하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나이를 감안할 때 정치인생도 사실상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선고 직후 수감 절차 진행을 위해 변호인을 통해 한 전 총리에게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실 또는 서울구치소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2007년 3∼8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1심은 한 전 대표가 검찰 조사 당시 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한 전 대표가 검찰 조사 당시 한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본 원심이 정당하다고 봤다.

한 의원은 이날 선고 후 입장 발표문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 회의를 열어 대법원의 판결을 성토하고 수사·재판 중인 소속의원들에 대한 공안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실망이 아주 크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필귀정"이라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부가 판단한 것을 두고 아무런 근거 없이 '공안 탄압' 운운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또 한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1개월의 시간이 걸린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이를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본 '늑장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비례대표인 한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신문식 전 민주당조직부총장이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