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임위장직 발목잡기 우려
여권 내 부산 울산 경남(PK) 세력의 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날 청와대에서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교체된 데 이어 김정훈(부산 남갑·사진) 의원이 당내 국회부의장 경선에서 수도권 비박(비박근혜)계 심재철 의원에게 패했다. 신공항 이슈와 함께 친박(친박근혜)계의 당권 장악 전략이 맞물리면서 대구 경북(TK)과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PK 솎아내기'를 진행 중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의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전반기 여당 몫 국회부의장 경선에서 심 의원에게 석패했다. 심 의원은 출석 의원 113명 중 과반의 표를 얻어 부의장 후보로 당선됐고,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애초 낙승이 예상됐던 김 의원의 패배는 이변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은 정책 전문성·추진력·친화력에서 심 의원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역별 의원 수에서도 김 의원과 심 의원의 지지기반인 PK(27명)와 수도권(35명)은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TK 의원들의 조직적 비토가 김 의원의 패배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이 PK와 TK의 '신공항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시종일관 "가덕신공항외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정부에 부산 민심을 전달해왔다. 그는 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부산시와의 당정회의에서도 가덕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TK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신공항 행보에 적잖은 불만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의원들은 경선 당일인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부의장 경선에 대해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친박계의 당권 장악 시나리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포기한 것은 최경환 의원의 당 대표 출마의 길을 터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도권 비박계인 심 의원에게 국회부의장직을 주면서 친박계에 대한 비박계의 불만을 무마, 차기 당권을 가져가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TK와 친박계는 앞으로도 사사건건 'PK 발목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TK와 친박계가 오는 13일 예정된 국회 여당 몫 상임위원장직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조경태, 이진복, 유재중 의원 등의 발목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날 청와대도 노골적인 TK 편중 인사를 단행했다. 현 전 수석이 교체되면서 PK는 청와대와 정부의 핵심 포스트에 사실상 부산 출신인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1명만 남았다. TK·친박계가 똘똘 뭉친 반면 PK 여권의 응집력이 떨어져 계속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