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평화지대 제안 의미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
- 평화 모멘텀 살려 北비핵화 유인
- 국제사회에 공동번영 동참 호소
# 文, 아베 총리와 만남은 불발
- 美 중재·한일 관계 진전 없어
- 김정숙 여사, 아베 부인 만나
- 손잡고 포옹하는 등 화기애애
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북·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DMZ 내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 연구, 평화 유지(PKO), 군비 통제, 신뢰 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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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평화↔경제협력,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연결
문 대통령이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에서 DMZ 평화지대화를 천명함에 따라 남북은 이를 위해 일부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를 향해 DMZ 평화지대화를 제안한 것은 국제사회가 DMZ를 평화지대로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이어진다는 기대도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DMZ 평화지대화 과정을 유엔이 참관하고 이행을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에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 안전을 제도적·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DMZ 평화지대화가 이뤄지면 한반도가 대륙·해양을 아우르면서 평화·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비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비전은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것으로,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DMZ 평화지대화가 그동안 실질적으로 진척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쟁 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 번영이라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3대 원칙이 기저에 깔렸다고 설명했다. 즉,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되고, 남북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 평화 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으며, 분쟁이 없는 차원을 넘어 공동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북·미는 비핵화와 평화뿐 아니라 그 이후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은 평화가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경제협력이 다시 평화를 굳건하게 하는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아베와의 만남은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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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만나 손을 잡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은 불과 2주 전에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에 다시 대화 재개의 기류가 포착되면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추동할 방안을 논의하고 유엔총회 무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만남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지만 이번 회담에서 한일 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일본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고, 미국도 한·미·일 정상 회동을 제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는 이날 유니세프 주최 행사에서 만나 가볍게 포옹했다.
김 여사는 이날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유니세프 스페셜올림픽위원회 오티즘스피크 H&M 재단 등이 공동 주최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편적 의료 보장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는 도중에 아키에 여사의 이름을 언급했다. 연설을 마친 뒤 행사장 밖으로 걸어 나가던 김 여사가 아키에 여사를 발견해 다가갔고, 김 여사가 먼저 오른손을 내밀어 아키에 여사의 왼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은 헤어지기 직전에도 서로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