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시사하는 동시에 신형 전략무기를 예고하는 ‘새로운 길’을 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전했다. 다만 향후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김 위원장이 육성 신년사가 아닌 지난달 28~31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를 빌려 이 같은 구상을 밝힌 것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와 핵·ICBM 시험 중단 등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선제적 중대조치들’에 미국이 한미 군사연습과 첨단무기 도입, 추가 제재로 응답했다고 언급하며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새 전략무기가 신형 엔진을 장착한 다탄두 ICBM 등 탄도미사일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김 위원장이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금후 미국의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며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경고한 것을 봐서는 북한이 당장 미사일 발사를 행동에 옮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인정하면서 경제 발전에 매진할 것을 주문하며 ‘정면 돌파’를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과의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김 위원장이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여전히 신뢰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한국 정부나 남북관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북남관계’를 10번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집권 7년 만에 처음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