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평화 약속을 지키라”한 다음날 북한은 김여정(사진)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공언한 데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로 부각됐던 김 제1부부장이 ‘냉각기의 주역’으로 돌변하는 데는 불과 2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시작으로 13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대남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담화를 냈다. 그리고 이날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김 제1부부장의 지시를 이행했다.
그는 한때 남북 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그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했다. 김일성 일가를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남한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지근거리에서 의전을 수행하며 행사의 분위기를 밝혔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은 올해 초부터 달라졌다. 그는 지난 3월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 청와대의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유감 표명을 맹비난했다. 지난 13일 담화에선 본격적인 대남 적대행동까지 예고했고 실행에 옮겼다. 특히 그는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언급, 자신이 명실상부한 ‘2인자’임을 드러냈다. 앞으로 김 국무위원장과 함께 김 제1부부장이 남북 관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